항응고제 복용 환자에 침시술한 한의사
서울지법 배상 명령...“스스로도 조심해야” 책임 제한
환자가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침시술을 한 한의사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B한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한의원이 A씨에게 304만 5884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06년경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A씨는 항응고제를 장기간 복용하던 중 B한의원을 찾아 등과 오른쪽 둔부 부위의 통증을 호소했고 한의사 C씨에게 침시술을 받았다.
침을 맞은 직후 둔부에 통증이 심해진 A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고, 이후 2주간 혈종치료를 위한 보존적 치료를 받았다.
보존적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자 A씨는 2010년 5월 경 둔부에 발생한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고관절 부위에 통증은 계속 남았다.
이에 A씨는 B한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심장판막수술을 받은 환자는 인공판막에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상 장기간 항응고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신체내부에 출혈이 발생했을 경우 지혈이 잘 되지 않아 혈종이 생길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이 사건 시술 당시 C씨에게 자신이 과거 심장판막수술을 받았고 심장약과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의료전문인인 C씨로서는 A씨가 복용하고 있는 약을 확인한 후, 침 시술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의학적 관점에서 신중히 판단해 시술 여부를 결정했어야하는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또 “이 사건 시술 직후 A씨의 통증이 심해져 응급실로 전원하게 된 점, 이 사건 시술 부위, 낭종이 발생해 제거수술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에게 발생한 둔부의 통증과 이 사건 시술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한의원에 자신의 복용하고 있는 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점,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으면서 침 등의 시술을 받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