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설문조사 애초 목적 달성하려면

2015-04-14     의약뉴스

문: 리베이트를 여전히 주고 있는 제약회사는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이런 설문 조항을 받아 든다면 당사자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명단이 떠오르겠지만 00제약이나 00약품이라고 선뜻 이름을 적어내는데 고심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양심에 찔리는 것 같기도 하고 무기명이라고는 하지만 나중에 밝혀져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이 이름을 적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하게 만든다.

이런 난처한 일이 오늘(14일) 제약협회 제 2차 이사회가 열리는 팔레스 호텔에서 진행된다.

50여개 회사의 참석자들은 이 설문을 받고 일부는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이름을 적을 것이고 또 일부는 적지 않고 백지로 내밀 것으로 보인다.

적는 사람들은 이 기회에 리베이트를 완전히 뽑아내자는 각오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라도 해서 공정경쟁이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못하겠는가 하는 심정의 소유자들이다.

반면 적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가 리베이트를 현재도 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하거나 다른 회사의 이름을 적어내는 것은 비록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는 무기명이라고 해도 나쁜 행동이라는 생각이 앞서는 경우일 것이다. 아니면 이런 방식은 민주주의 어긋난다는 확신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결과는 나올 것이고 해당 제약사가 어디인지 알고자 하는 제약사들은 이경호 협회장만이 볼 수 있다고 한 명단의 확보에 주력하면서 혹 우리회사는 들어 있지 않는지 노심초사의 순간을 보낼 것이다.

우리 회사 이름이 들어 있는지 들어 있다면 몇 명이나 언급했는지, 안 들어간 회사는 어디인지 궁금증은 비단 제약사뿐만이 아니다.

여론도 이런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결과에 촉각을 세우면서 리베이트 제약사로 낙인찍힌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편을 자연스럽게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비록 외부 유출이나 고발이 아니라 하더라도 리베이트 제약사로 찍히면 심리적 위축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우리를 적은 회사가 어디인지 경쟁사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 볼 것이다.

이쯤 되면 결과에 승복해 다시는 리베이트를 하지 않겠다는 자율정화의 애초 목적은 달성하기 힘들다.

이를 의식한 듯 제약협회는 조사의 목적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윤리경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모욕주기나 징계 혹은 고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소 제약사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부분 제약사들은 자신들은 하지도 않았는데 억울하게 상위 제약사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에서 뒤지는데 리베이트 오명까지 쓰면 회사 존폐의 위기에 몰린다는 위기감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리베이트로 두 번 적발되면 해당 약제는 건강보험에서 퇴출되는 리베이트 ‘투 아웃제’가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다시 거론되면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시행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의  비밀이 철저히 지켜지고 앞으로 정책 결정에 있어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는 만큼 조사의 취지에 맞는 후속조치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다. 고발이나 징계 등 타의에 의한 정화보다는 자율로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는 것은 최상의 시니리오다.

여전히 리베이틀 하는 회사가 있다면 오죽하면 이런 방법까지 써야만 했을까 하는 협회 임원진들의 고충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다른 사람과 나의 입장을 바꿔보면 이번 설문조사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