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추무진 무쏘의 뿔처럼 당당히 가라
제 39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추무진씨가 당선됐다.
보궐선거 당선이후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보궐선거 당시 '노환규 아바타'라는 오명을 썼던 추회장은 이번 당선으로 명실공이 의협 회장으로 떳떳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런 만큼 책임감 있는 회무로 의사 회원들의 권익증진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난제도 첩첩산중이다.
먼저 5명이나 선거에 나와 중도에 포기한 사람 한 명 없이 끝까지 완주하는 과정에서 나온 씻지 못할 앙금을 털어 내는 일이다.
선거 막판까지 누구도 승리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접전이 이어져 아쉽게 탈락한 후보들의 쓰린 속을 달래줘야 한다.
압승이 아닌 박빙으로 결과가 나온 만큼 선거에 진 후보들의 장탄식을 다독여 줘야 하는 일이 급선무인 것이다.
그래야 그가 중요하게 생각 하는 화합과 소통에 한 발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 진 캠프 사람 모두가 사실상 추회장의 반대파라는 점을 상기하면 회무에 이들을 적절히 안배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반대파를 끌어 들이지 못하면 임기 내내 이들의 지적과 시기와 질투와 견제로 회무는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갈 수도 있다.
그 다음 고려해야 할 것은 회원들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려내는 일이다. 무려 11만 회원을 거느린 의협 회장이 겨우 5%의 지지로 당선됐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넌센스다.
대표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물론 회무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통과 화합을 이끈 추회장이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회원의 관심을 높여 참여하는 의협을 만드는 일이다.
회원이 무관심하면 어떤 회무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특히 의협은 규제 기요틴과 원격의료 등 회원의 생사가 갈린 커다란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큰 짐을 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회원의 전폭적인 참여나 지지 없이 회장 독단으로 이루어 낼 수 없는 일이다. 추 회장이 아무리 앞장서서 소리 높여 외쳐봤자 메아리 없는 군소리로 사라질 뿐이다.
화합과 참여를 이끌어 냈다면 추회장이 세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유관단체와의 리더십 회복이다.
의협은 사실상 보건 복지 단체 중 맏형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위상은 여지없이 추락했으며 현재 분위기로 보면 회복할 기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약사회나 한의협 등 연관단체를 끌어안고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한의협이나 약사회가 그렇게 만만한 단체가 아니고 의협의 이득은 곧 이들 단체의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추회장이 솔로몬 같은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추회장이 해야 할 일은 실추된 의사의 대국민 이미지를 회복하는 일이다.
의사가 선생님으로 존경받기 위해서는 툭 하면 터져 나오는 리베이트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하며 무엇보다 환자보다는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야 한다.
당선의 기쁨도 잠시 추회장은 이런 산적한 숙제들을 차분히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아쉽게 진 후보들도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사분오열 된 의협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으며 대관 업무에 있어서도 끌려가지 않고 앞서서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이 생기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의사와 의협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추무진 회장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이런 점을 당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협은 물론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사는 길이기도 하다.
'노환규 아바타'를 제힘으로 멋지게 벗었으니 이제는 현직 프리미엄 때문이다 혹은 우편 투표에서는 지고 온라인 투표 때문에 당선됐다는 등의 비아냥에서 벗어나 무쏘의 뿔처럼 당당히 나가기를 주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