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질의서에 치이는 의협 회장 후보

2015-03-11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토론회 일정을 봤는데 너무 많아요. 그런데 이거 말하기가 쉽지 않아요.”

“빡빡한 토론회 일정에, 각 단체에서 보내온 질의서에 답변하다보면 회원들을 만날 시간이 없어요.”

최근 의협 선관위에서 주관한 의협회장 합동토론회가 끝난 직후, 한 후보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권자인 회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인데 선관위가 잡아놓은 빡빡한 토론회 때문에 회원들을 만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39대 의협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지난달 28일엔 경상북도의사회, 이달 3일 인천광역시의사회, 5일 제주도의사회, 7일 젊은의사협의회, 9일 충청남도의사회, 10일 한국여자의사회, 11일 대구광역시의사회, 12일 광주광역시의사회 등 8번의 열리도록 일정을 잡았다.

특히 9일 충청남도, 10일 여자의사회, 11일 대구광역시, 12일 광주광역시에서 4일 연속으로 토론회를 열도록 만들었다.

지나치게 잦은 후보자합동토론회로 인해 후보자들과 캠프에서는 차마 말은 못하지만 토론회가 너무 많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니 의료계 내에서도 일반회원들이 참석도 안하는 토론회를 해선 뭐하느냐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회장 후보들은 학술대회나 총회 자리에 참석해 회원들과 직접 만나는 걸 원하는데 지역이사회의 소수 임원만 참석하는 토론회가 이런 기회를 뺏고 있다는 의견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선거를 보니 시도의사회장들이 경쟁적으로 파워를 자랑하는 거 같은데 최근 제주도의사회 토론회를 보니 20여명 밖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지역 토론회를 할 때 해당 의사회가 최소한의 참석 인원을 초청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각 의사화와 학회에서 보내는 많은 질의서도 후보들과 회원들을 만나는 시간을 빼앗고 있다.

의협 산하 의사회와 학회에서 일제히 다섯 후보에게 각과 의사회와 학회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는 질의서를 계속 보내고 있고 이 숫자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후문이다.

한 후보는 “토론회를 끝내고 돌아가서 쉬지도 못하고 각 단체에서 보낸 질의서에 답을 해야한다”며 “토론회에 참석하고 질의서에 답변하다보면 시간이 없어 회원들을 만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 모든 건 의협회장 선거를 주관하는 선관위의 능력 부재로 보인다.

빡빡한 일정의 토론회는 스튜디오에서 하는 공개토론회 두어 차례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스튜디오에서 토론회를 진행하고 이를 녹화해 의협 홈페이지에 동영상 파일을 올려놓으면 빡빡한 토론회 일정은 쉽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스튜디오에서의 공개토론회가 진행된다면 각 단체에서 후보들에게 오는 질의서 역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선관위가 나서서 질의서를 받은 뒤 이를 선별해 공개토론회에서 질의를 한다면 후보들이 질의서에 답하느라고 밤잠 설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다.

교통정리를 할 마음이 없는 선관위로 인해 오늘도 5명의 의협회장 후보자들은 토론회와 질의서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낭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