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설립 도운 건물주도 '배상 책임'
고등법원 판결...의료법 위반행위 용이하게 해
사무장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데 도움을 준 건물주도 건보공단에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26민사부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A씨와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B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와 B회사에게 17억 2505만 602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의 부인 C씨는 비의료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데 의사 D씨의 명의로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했다.
C씨가 개설한 요양병원이 건물 임대차계약을 한 곳은 A씨가 대표로 있는 B회사였기 때문에 C씨는 사실상 무상으로 건물을 임대해 사용한 셈이다.
이들의 행각은 결국 적발돼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공소제기돼 지난 C씨는 징역 1년 6월, D씨는 벌금 200만원, C씨에게 고용된 한의사 E씨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C씨와 E씨는 항소심 중이지만 D씨는 항소를 취하해 판결이 확정된 상태다.
이런 이들의 행각에 대해 건보공단은 지급하지 않아도 될 요양급여비를 지급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사무장인 C씨와 의사 D씨, 한의사 E씨에, A씨에게 건물을 빌려주는 등 불법행위를 도운 A씨와 B회사까지 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사무장 C씨, 의사 D씨, 한의사 E씨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지만 A씨와 B회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C씨, D씨, E씨는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됐지만 A씨는 공소제기가 되지 않았고 A씨가 병원의 자금을 조달해 준 것은 A씨가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기보다는 C씨의 남편으로서 금전적 도움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A씨와 B회사에게까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아닌 A씨는 배우자와 함께 의사, 한의사와 공모해 그들의 명의로 병원을 개설하는 위법행위를 했고 요양급여비를 청구해 17억여원의 손해를 입게 했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B회사의 계산으로 병원 인테리어공사비용을 부담하고 D씨와 병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가장한 후 실질적으로 A씨와 C씨가 건물을 병원으로 사용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E씨의 명의로 대출받음에 있어 E씨의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구상금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까지 해 A씨와 C씨 등의 의료법 위반행위를 용이하게 해 건보공단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