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의 자존심 스티렌 판결 타당했나
국산 신약의 자존심 동아에스티의 ‘스티렌’이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위염 치료제 스티렌은 천연물 신약으로 그동안 많은 다른 국산 신약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합성신약이 아닌 천연물을 이용해 위염 환자들의 치료에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효과가 좋으니 의사들의 처방이 늘어나 한 때 1000억 원의 매출 기회를 잡기도 했다.
국산 신약하면 스티렌이 바로 떠오를 정도였다. 다른 국산 신약들이 신약특허는 받았지만 매출 실적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그야말로 무늬만 신약인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제대로된 신약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 신약이 비급여 철퇴를 맞은 것은 동아의 충격일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 전체의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다. 여기에 무려 600억원 대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의 환수 폭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계 빅 파마들과 당당히 겨뤄 국산 제약사의 자존심을 지키고 이제 막 글로벌 진출의 초석을 놓은 스티렌의 절대 절명의 위기였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임진왜란 당시의 풍전등화에 비교될만한 상황이었다.
비급여와 환수폭탄의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기한 내 임상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복지부는 지난 2011년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결과 ‘NSAIDs 투여로 인한 위염의 예방’에 대한 적응증의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임상시험 결과 및 논문게재를 조건으로 스티렌의 조건부 급여를 허용했다.
이를 동아에스티도 수용했다.
그러나 동아는 임상시험이 지연되면서 임상시험 결과 및 논문을 제때 제출하지 못했다.
결과는 앞서 언급한 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해당 적응증에 대한 급여정지 및 환수로 나타났다.
이에 동아ST는 불복해 행정법원에 고시 취소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3일 기간 내 임상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동아에스티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로 스티렌은 ‘NSAIDs 투여로 인한 위염의 예방’ 적응증을 유지하게 됐다. 국산 신약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환수폭탄까지 피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합리적 근거에 의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결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처분 당시 스티렌의 ‘NSAIDs 투여로 인한 위염의 예방과 적응증에 관한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했다면 복지부로서는 기한 준수만이 아닌, 이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를 한 후 급여대상 제외 여부를 판단해야한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합당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로 정해져있던 임상시험 자료 제출기한도 연장된 사례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세부지침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학회지 게재를 준비하고 있는 경우 학회지 사본 또는 게재예정증명서의 제출기한을 이듬해 6월 30일까지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같은 제출기한이 연장된 사례도 있었으며 이 사건 임상시험 결과에 관한 논문게재예정증명서가 지난 5월 7일 제출되고 논문이 5월 30일에 대한약학회지에 게재 된 이상 최후 기간을 준수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조건부 급여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임상적 유용성 인정여부와 무관하게 단지 임상시험이 기간 내 완료됐는지에 따라 요양급여대상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달리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 진행이 지연된 것에는 동아ST의 책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임상시험 개시가 늦어진 것은 피험자 등록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동아ST가 최초에 설정한 피험자 선정기준에 따른 임상시험을 진행하려다 임상계획 변경을 신청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일부러 임상시험을 지연시켰다고 단정할 수 없다.”
동아에스티에게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이다. 약업계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면서 업계 최고 제약사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남은 문제는 여전하다.
급여정지 처분을 내렸던 복지부와 스티렌 관련 환수를 진행해야하는 건보공단이 지루한 법적 다툼을 여기서 끝내지 않고 항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제약업계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신약을 무기로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기세는 더욱 거세고 내수경기는 침체 일로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고의 제약사를 상대로 벌이는 법적 소송이 과연 제약업계 발전에 힘을 기울여할 주무부처가 해야 할 일인지 우리는 묻고 싶다.
물론 치명적 잘못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재판부 판결에 따른 결정문을 보면 그 어디에도 관련 회사가 도덕적, 사회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대목은 없다.
경쟁력을 키우고 그래서 제약업뿐만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으로 성장해야 할 일등 제약사의 발목을 잡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