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 글로벌 진출, 국내 '규제개선' 먼저

업계 불만 토로...적정 가격 보상 요구도

2014-11-11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윤형로 교수.
“국내에서 헐값을 받으면 해외에서도 외면 당한다.”

정부가 2020년 세계 7대 의료강국의 비전을 제시하며 의료기기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냉랭한 분위기다.

중장기 발전계획 발표가 시의 적절하기는 했지만, 적절한 급여정책과 함께 규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우려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송인금)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의료기기산업, 글로벌경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의료기기 산업 현장 관계자들은 국내 개발 의료기기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무엇보다 적절한 보상과 시장진입 장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세원셀론텍의 장정호 회장은 내수 시장규모가 전세계 시장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의료기기업체 경영자들은 누구나 ‘글로벌’ 진출을 당연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육성보다는 규제중심으로 이루어진 국내 의료기기 관련 정책들이 글로벌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 장정호 사장.

이에 장 회장은 정부와 산업계, 학계 전문가들이 모인 의료기기 글로벌 발전협의체 구성을 제언했다.

협의체를 통해 ▲글로벌 규제 조화와 ▲시장진입 장벽개선, ▲합리적인 가격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의료기기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 회장은 우선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평균 순이익률은 3.4%에 불과했지만, 의료기기 업체들은 25~30%의 순이익률을 기록했다”며 “평가된 것 보다 의료기기 산업의 실제 가치가 10배 이상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나치게 가격이 낮으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없다”며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할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대보다 엄격한 국내의 허가기준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나치게 까다로운 국내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허가를 받고 있다는 것.

▲ 김해동 대표.
나아가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후에도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만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제품의 생존주기가 짧은 의료기기의 특성상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이미 후발주자들에게 밀려 시장에서 빛을 보기도 전에 도태된다는 지적이다.

비브라운 코리아의 김해동 대표 역시 이 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특히 그는 40억원의 정부지원을 받아 개발된 후에도 후발주자에 치이게 된 3D 복강경 내시경의 사례를 제시하며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 식약처의 허가까지 획득한 3D 복강경 내시경이 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는 사이 해외 후발주자들에게 시장을 선점 당하고 있다는 것.

그는 “적어도 국가지원 연구개발 과제는 이유가 있어 지원했을 텐데, 초기부터 상용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내 개발 의료기기들이 급여 정책으로 인해 저평가 받는 사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전했다.

김 대표는 “자국에서 저평가된 제품은 해외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며 “고작 몇 백억을 아끼려다 수십조의 미래 먹거리를 놓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연세대학교 윤형로 교수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그는 어렵게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허가를 받고도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는 사이 도태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일단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제품은 신의료기술 평가전까지 비급여로라도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를 주최한 김기선 의원은 “의료환경의 잘못된 법규와 규제 등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오늘의 세미나를 통해 의료기기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