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지키고 의료인 이익 생각하죠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신 전 정책이사

2014-10-1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국민의 건강을 지키면서 의료인들의 이익을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대규모 투쟁에 나선지도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3월 있었던 투쟁에 대해 의협 내부에서는 잘했다는 의견과 잘못했다는 의견으로 갈려 서로 험악하게 대립하는 일도 있었다.

바둑도 훈수를 두는 사람이 더 잘 본다는 말처럼 예로부터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눈으로 보는 것이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지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을 때 대한치과의사협회 전 집행부 임원이었던 김철신 전 정책이사를 초빙, 의협의 지난 3월 투쟁에 대한 평가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라는 의료계 빅 이슈가 터졌을 당시, 보건의료단체가 최초로 단합, 협의체를 구성했을 때 담당이사로 활동하기도 한 김철신 전 정책이사는 지난 3월 의협의 투쟁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김 전 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협의 대정부투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의협 투쟁, 발전했지만 아직은 부족

지난 1999년부터 2000년까지 공중보건의사협회 회장을 했기 때문에 2000년 의약분업 파업할 때 바로 옆에서 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김철신 전 정책이사는 지난 3월 의협의 투쟁은 이전 의약분업 당시 투쟁방식보다 진일보했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는 “지금 당장 닥친 보건의료정책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전문가 단체들이 명확하게 인지해야한다”면서도 “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문제는 단순히 개별사안이 아니라 굉장히 큰 흐름 속에 있으며 전문가 단체들은 이 문제의 본질이 뭔지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를 정확히 인지했으면 다음 단계는 구체적으로 대안이 무엇인지 제시해야한다”며 “문제를 인지하고 대안을 만들어냈으면 이를 실체 정책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정치 활동이 이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활동은 어떤 문제가 있고 대안을 만들어낸 뒤 이를 구현하는 과정 전체를 말하며 의료계는 이런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하는데 이를 좌우하는 힘은 국민적 동의에 있다는 게 김 전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이를 위해선 이 문제가 어떻게 국민의 건강과 연관이 되는지, 국민의 건강을 지키면서 의료인의 이익을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의협의 여러 활동, 투쟁을 통해 일부 이런 부분을 실현하기 위해 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전 이사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때는 자기 이익을 위해 의약분업을 반대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낙인 찍혀 의료계가 혼자 고립됐었다”며 “이에 비해 2013년 의료영리화 정책 반대는 많은 시민단체가 의협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국민과 함께하는 관점에서 투쟁 방식이 진일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지위를 갖고 있고 사회에서도 소중한 전문가 단체로 보고 있다”며 “기대가 큰 만큼 반감도 크지만 그만큼 큰 일을 할 수 있으며 치협보다 더 큰 영향력과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협에게 “단시일적으로 개별사안을 보지 말고 문제의 본질을 연구해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대안을 내면서 의료인들의 이해도 찾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국민 공감대 얻는 투쟁 해야

김철신 전 정책이사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은 의료계 파업의 예로 스페인에서 있었던 사례를 들었다.

김 전 이사는 “최근 스페인에서 있었던 의료인들의 파업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고 국민들이 의료계를 지지해 강력한 의료시장화 정책을 저지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며 “파업의 목적과 배경, 이를 왜 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한 여러 가지 연관 효과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얻어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민과 배치되게 의료계의 이익을 위해 파업하는 게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런 정책을 잘못됐다는 걸 설명해야한다”며 “불편이나 위험을 초래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방안으로 파업을 한다고 설명하면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유보 상태인 의협의 투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의협이 좀 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원칙을 견지하면서 투쟁을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단기간에 평가하긴 이른 감이 있으며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로 사는 동안 도전은 계속

김철신 전 정책이사는 의사로 사는 동안 제도, 정책과의 투쟁은 끝나지 않을 거라고 밝혔다.

그는 “의협도 이번에 투쟁이 계속 지속되면서 쌓인 피로감이 있겠지만 의사로 사는 동안, 구성원들은 평생 이런 싸움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도나 환경이 변하면 그 환경에 맞는 끊임없는 도전이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해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쟁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닌 투쟁 과정을 통해 의협 내 많은 회원들에게 투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집행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인지하고 회원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전 이사의 설명이다.

김철신 전 이사는 “조직, 회원의 역량을 키우면 어떤 집행부가 들어서고 어떤 상황이 온다해도 언제든 불합리한 순간이 오면 다시 투쟁에 나설 수 있다”며 “이는 1회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의협 내에서 철저하게 토론을 하고 과오를 평가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