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부는 전문가 의견 들어야"
각종 현안 산적...소통 부족 지적
복지부 등 정부기관에서 보건의료 정책이 발표되면 의료계에서 이에 대한 반발을 하면서 내세우는 논리가 하나 있다. 바로 ‘전문가의 의견 좀 들어라’이다.
지난 포괄수가제 논란 때도, 최근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원격의료 문제, 심평원과의 적정성평가에 대한 문제, 영상의학과 수가산정에 대한 문제가 지적될 때도 의료계에선 항상 정부에게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의료계 전반을 아우르는 가장 큰 의료정책 이슈는 ‘원격의료’ 문제로, 원격의료 정책에 있어 가장 극렬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늘상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원격의료 정책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 심평원과 심장학회의 갈등을 야기했던 허혈성심질환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도 의료계는 전문가 의견이 반영될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이번 허혈성심질환과 중재술에 대한 평가지표에 결과지표가 포함됐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의결, 중평위라는 전문위원회 운영에 대한 구성원들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에서 심장병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가진 곳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심장학회인데 학회에서 반대하는 사안을 13대 5로 의결했다는 것은 중평위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영상의학회도 정부가 내년 시행할 제2차 상대가치점수체계 개편을 두고 검체 및 영상 수가를 낮춘다는 계획에 대해 산정 기준을 정립함에 있어 전문가 참여를 보장해달라는 의견을 내비췄다.
영상의학회 오주형 총무이사는 “영상의학회 입장에선 근거 중심의 데이터를 기초로 한 적절한 산정 기준이 정립됐으면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해 의료계 인사들은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제대로 된 전문가에게 의견을 수렴할 것을 요구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검체 및 영상수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대한영상의학회, 대한핵의학회, 대한심장학회 모두 반대했다”며 “도대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견 수렴을 각 전문가 단체에게 어떤 과정을 통해 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듣는 바로는 관련 단체가 다 반대하는데 누구에게 의견을 들어 이런 정책을 만들었는지 만약에 찬성한다는 사람들의 논리가 영상의학회, 심장학회, 핵의학회의 의견을 대체할 수 있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 내에서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 중 의사의 수는 매우 제한돼 있다”며 “요즘 여러 가지 사안을 보면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기획재정부나 다른 부서들의 압박을 많이 받는데 이런 와중에 의료를 경제적인 논리로 바라보고 풀어보는 관점이 있다”고 전했다.
의료를 국민의 건강의 관점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기 보다는 경제적인 논리로 보는 것이 아쉽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한 치과계 인사는 정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듣긴 하지만 의료계가 아닌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입장에서는 전문가 입장을 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의협이라는 전문가가 내놓은 대안이 훨씬 좋은 대안이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정부는 의료산업화에 대해 경도되어 있는 전문가 말을 듣고 있다”며 “그렇지 않은 전문가들이 배제된 꼴인데 이는 정부의 오류로 소통부재에 대해서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