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룰리 궤양의 무통증, 핵심기작 규명

Cell지 게재...새로운 진통제 개발 기대

2014-07-11     의약뉴스 남두현 기자

한국-프랑스 공동 연구진이 한국의 첨단 신약개발 기술을 활용하여 통증없이 피부를 손상시키는 부룰리 궤양*의 무통증 기전을 규명해 새로운 개념의 진통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룰리 궤양(Buruli ulcer)은 열대성 소외질환 중 하나로, 아프리카, 남태평양과 같은 열대·아열대 지역 국가의 15세 미만 유아·청소년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오염된 습지에 서식하는 세균인 Mycobacterium ulcerans(M. ulcerans, 이하 ‘원인균’)의 감염에 의해 발병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프리실 브로딘 박사(공동교신저자) 연구팀과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 로랑 마르솔리에 박사(공동교신저자) 연구팀이 공동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한-프랑스 과학기술협력기반조성사업과 EU-FP협력사업 등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저널 셀(Cell)지 6월 19일자에 게재됐다.

공동 연구진은 부룰리 궤양의 원인균이 분비하는 독소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Angiotensin II receptor)와 결합하여 신경세포 내 분자적 연쇄 자극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칼륨채널을 통한 과분극 현상*을 유도함으로써 통증이 지연됨을 밝혀냈다.

환자가 피부괴사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환부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신경세포의 손상 때문일 것으로 추측돼 왔으나,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과분극 현상이 그 원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먼저,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의 연구진은 동물모델 실험에서 원인균에 감염된 실험쥐가 정상쥐에 비해 통증 반응이 지연됨을 발견했으며, 그 이유가 원인균이 분비하는 독소에 의해 신경세포막의 과분극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임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확인했다.

특히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진은 살아있는 세포 내 현상을 시각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인 ‘PhenomicScreenTM’을 활용, 원인균의 독소를 주입한 쥐 신경세포막의 분극 변화를 직접 관찰한 결과 세포 내 칼륨채널을 통해 과분극 현상이 발생함을 다세포 수준에서 밝혀냈다.

이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진은 유전자 수준에서 신규 기전을 규명하는 기술인 ‘PhenomicIDTM’를 도입하여 8,000여개의 쥐 유전자를 분석했고, 그 결과 안지오텐신 II 수용체(AT2R)가 독소와 과분극 현상을 연결하는 생물학적 기전의 핵심 요소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설명.

아울러 추가 분석을 통해 원인균의 독소가 세포의 안지오텐신 II 수용체와 결합한 후 포스포리파아제 A2(PLA2), 사이클로옥시겐아제-1 (COX-1 또는 PTGS1), 프로스타글란딘 E2(PGE2)를 연쇄적으로 활성시킴으로써 칼륨 채널을 통한 과분극 현상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통증 반응이 지연됨을 구체적으로 증명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프리실 브로딘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부룰리 궤양의 무통증 기전을 향후 신약개발로 응용한다면 지금까지의 진통제와는 다른 원리로 작용하는 혁신적인 통증 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동 제 1 저자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송옥렬 박사*는 “한국의 신약개발 기술을 활용한 이번 연구 성과가 세계적인 권위지인 Cell지에 게재됨으로써 우리 기술의 우수성과 한국의 연구 역량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