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아기' 항생제 즉시 투여 안하면 과실
법원, 신생아 부모 제기...손배소서 병원 책임 인정
심실중격결손제거 수술을 받던 신생아가 수술 중 패혈증에 감염된 것에 대해 의료진이 즉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것은 과실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A병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에 대해 신생아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92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망아 B는 지난 2011년 1월 A병원에서 출생했는데 출생 후 병원에서 7mm정도의 심실중격결손 및 혈관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 6월 경 수술을 시행하자는 권유를 받고 심실중격결손제거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B는 병원 소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의료진은 B에게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주입했고 체온이 오르는 증상이 발생하자 해열제를 투약했다.
그러던 중 B에 대한 혈액배양검사 결과, 혈액에서 그람양성균과 MRSA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구균)이 배양되자 의료진은 B에게 패혈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 항생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B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MRSA균에 의한 난치성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B의 유족들은 “의료진이 무균술을 지키지 않고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하거나 MRSA균에 감염된 다른 환자와 접촉한 상태에서 손소독을 하지 않은 채 B의 중심정맥관을 만졌거나 균에 오염된 기구를 사용하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B의 중심정맥도관에 MRSA균 감염을 야기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세균감염이 발생한 후 겸험적인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했다면 패혈증이 심각하게 악화되거나 쇼크까지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의료진이 항생제 투여 없이 일주일 이상 방치한 과실이 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무균술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유족들의 주장은 배척했지만 항생제를 제때 투여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B의 패혈성 쇼크의 발생 및 그로 인한 사망이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무균술을 준수하지 않았다거나 손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등 세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당시 의학수준에서 요구하는 예방조치를 게을리 했다는 감염관리 상의 과실과 연관된 자료가 없는 이상 의료과실의 존재를 추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B에게 갑작스런 체온 상승, 백혈구 수치 증가 등 증상이 발생한 무렵 의료진은 B의 이상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광범위한 항생제를 투여했어야 했음에도 패혈증 의증에 대한 진단을 적기에 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광범위한 항생제를 투여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B에 대한 혈액배양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항생제 투여를 시작하는 등 의료진에게는 시의적절하게 패혈증 의증을 진달해 광범위 항생제 투여라는 의료행위를 조기에 시행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철저한 감염관리를 하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해 패혈증이 발생할 수 있고 패혈증 쇼크의 경우 사망률이 40~60%에 이르는 치명적인 병으로 의료진이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했더라도 나쁜 결과를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병원 측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