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없는 한의사, 해결방안은?

한의협-복지부 공동 토론회 개최...수급불균형 공감

2014-04-09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 한의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와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가 머리를 맞댔다.

양 기관은 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우수 한의인력 육성 및 활용방안 모색’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한의사 인력의 공급과잉에 대체로 공감하는 한편, 우수 한의사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변화와 인증 평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

먼저 인사말에 나선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1700명의 젊은 후배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실업자 신세”라며 “90년대 말 200년대 초 우수인재들이 서울대 의대를 가지 않고 지방 한의대로 갔는데, 그런 인재들이 지금 실업자 신세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의계에 일차적으로 책임이 있지만, 국가적으로도 낭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능 갈등의 틀로 인해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이 틀을 깨고 세계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틀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인력 양성의 질 향상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신상우 교수는 학교간 정원수 차이가 커서 질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에서의 교육이 기초에 치우쳐 임상과목에 관심이 큰 학생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신 교수는 우선적으로 바람직한 한의사상 정림을 위한 교육의 질 향상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한의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인증 확립으로 질향상을 도모하고, 다단계-다면 평가를 도입해 졸업자 개인의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의 발제에 이어 첫 번째 토론주자로 나선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강연석 교수는 84.9%의 한의사들이 정원감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설문조사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공급과잉은 개원가의 문제로 건강보험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한데 의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개원가가 아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한의사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뒷받침 돼야 질 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면서, 사회적 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근거창출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 동국대학교 분당한방병원 김장현 원장
이를 위해 수요가 많은 공공의료기관의 한방진료과 개설을 고민해 볼 수 있지만 지역적인 역학관계가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활용 역시 소비자들의 요구는 크지만, 직역간 갈등이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은 만성질환으로 변화하는 수요에 한의학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하며 전반적인 인력양성 시스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공급과잉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수급 전망에 따른 적정인력의 적재적소 활용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개원가를 대표해 토론에 나선 행복드림한의원 오국진 원장은 한의사의 90%를 개원의와 봉직의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결국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수익 감소가 무직 한의사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련기관 정원의 2배수 정도로 한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하며, 한의사들에게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한의학 교육방향과 수준도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는 달리 한방병원을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동국대학교 분당한방병원 김장현 원장은 5000만명에 불과한 국내 인구규모상 한의계 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현실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전문의 수련이나 기초분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개원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아직은 살만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지금처럼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에서 한의계의 입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의사 수를 줄이면 오히려 한의사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반대의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김 원장은 한방인력관리의 정책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며 양적, 질적, 분포적 문제들을 먼저 연구하고 한의원 및 한방병원의 적정수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대한한의사협회 김지호 기획이사
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에 한의학과를 설치해야 정부로부터 정책적인 배려를 받을 수 있다는 이색적인 주장도 펼쳤다.

협회 대표로 나선 대한한의사협회 김지호 기획이사는 1700여명에 달하는 무직 한의사가 공급과잉의 근거라면서, 17%에 달하는 자동차보험의 한방비중에 비해 4%에 불과한 건강보험의 한방비중의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으면 공급과잉상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김 이사는 한의계에는 안정적인 봉직의 시장이 많지 않다며 한의대를 졸업한 후 개원을 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진료할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는 동등한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한방병원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소개했나.

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이나 심평원, 보건의료인력개발원 등 각종 정채기관이나 국가기관에도 한의사의 참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철저한 평기인증을 통해 교육이 부실한 한의대를 폐지하거나 우수 한의대와의 통폐합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정부측 대표로 나선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강민규 과장은 정부에서도 한의계가 처한 상황이 대단히 어렵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다만 그 원인이 한의사의 과잉배출 때문인지는 의견이 엇갈려 이에 대한 정확한 추계와 근거가 필요해 국시원을 통해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강민규 과장
이와 함께 한의대 졸업생의 대부분이 포화상태에 이른 개원가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기초분야와 임상연구분야에 한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며, 보건소 등의 공공보건사업 확대도 계획중이라고 소개했다.

나아가 고령화 사회에서 한의사들의 영역을 많을 것으로 판단, 이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겠다면서, 공공병원에서 한의계 우수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에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의사들의 진단기기사용에는 대법원 판례들을 토대로 개선방향을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