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피임약 다발성경화증 발병 50% 높여

영국서 연구결과 나와...비만에도 크게 작용

2014-03-03     의약뉴스 이한기 기자

경구 피임약이 다발성경화증(MS)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미국 연구팀에 의하면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다른 사람에 비해 최대 50%까지 다발성경화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젊은 나이에 비만인 여성은 향후 다발성경화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도 제기됐다.

다발성경화증은 면역체계가 중추신경계의 신경섬유를 둘러싼 미엘린이 손상시키면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증상으로는 무감각, 근육 약화, 시력질환이 나타나며 심각한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연구진은 3년 동안 다발성경화증을 진단받은 305명의 여성과 다발성경화증이 없는 305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피임약 복용이력을 비교했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 가운데 29%와 다발성 경화증과 무관한 여성의 24%는 3년 동안 적어도 3개월 이상 2종의 호르몬으로 구성된 피임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다발성경화증 발병 위험이 3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임약을 복용했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 1달 이상 복용을 중단했던 여성은 50%까지 발병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에 대해 수석 연구원인 커스틴 헬빅 박사는 호르몬피임제가 다발성경화증의 발생에 최소한 어느 정도는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거 진행된 동물실험에서는 여성 호르몬이 다발성경화증의 발병을 지연시킨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으며 영국에서는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의 경우 다발성경화증 위험이 40% 더 낮다는 연구가 공개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앞선 연구와는 상반된 결과다.

헬빅 박사는 미국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연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한편 같은 학회에서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비만과 다발성경화증 또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발성경화증 환자 210명과 일반인 210명의 BMI 수치를 측정한 결과 20세에 비만인 사람은 나중에 다발성경화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만이 아닌 사람에 비해 두 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Raúl Carrera 연구소의 호르헤 코레알레(Jorge Correale) 박사는 BMI 수치가 높은 사람은 식욕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렙틴 수치도 높았다고 전하며 렙틴이 염증성 반응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헬빅 박사는 다발성경화증은 상대적으로 희귀한 질환이지만 대개 여성들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시기인 20세와 40세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로서는 피임약이 다발성경화증을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다른 요인들에 영향을 미쳐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하지 않은 환경요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경구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도록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