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엽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2014-01-21     의약뉴스

 
새들이 떠난 빈집은 말그대로 빈집이라 텅비어 있다. 앓을 품었던 짧았던 밤들은 갔다. 

그 자리를 겨울 안개가 채운다. ( 다음은 기형도 시인의 '빈집'이라는 시이다.)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