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 구겨졌던 시간들도 허리를 편다

2014-01-14     의약뉴스

 
 
 
붉고 큰 조개가 홍합이다. 끊이면 하얀 국물이 일품이다.

담백한 맛은 술안주에 적격이다. 숙취해소에도 좋아 술안주로 홍합먹고 술국으로 홍합을 먹는다. 권천학 시인은 '홍합'이라는 시에서 홍합을 적절히 표현했다.

홍합/권천학

취한 속 씻어내려고

홍합을 삶는다.

덜그럭 거리는 껍질 골라 까먹는 동안

시원한 국물 맛에 쓰린 속 조금씩 풀리고

구겨졌던 시간들도 허리를 펴는데

끝내 입을 열지 않는 홍합이 있어

칼을 들이댄다.

 

끓여도 끓여도 열리지 않는 문

죽어서도

몸을 열지 못하는

그 안에 무슨 비밀 잠겼을까?

남의 속은 풀어주면서

제 속 풀지 못하는 홍합의 눈물

그토록 깊어 단단했구나.

 

들이댄 칼로 내 속을 찔리고 마는

죽어서도 못 열 비밀 하나쯤

간직하고 사는 붉은 니 마음

내 알리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