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 시대의 제약업계

2004-06-11     의약뉴스
(창간특집 3.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희망이다. 끝)

제약산업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전체산업중 가장 선도적인 위치에 서 있는 전자산업과 제약산업을 비교해 그 해답을 찾아보자.

산업자원부는 지난 달 20일 `전자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내 전자산업의 생산 규모는 120조4220억원으로 전년대비 12.2% 증가했으며, 전체 생산액의 80%가 수출돼 무역흑자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전자산업에서의 한국은 약 6%의 비중으로 미국 26%, 일본 19%, 중국 8%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영국의 4%, 대만, 영국, 프랑스의 3%보다 앞서 있다.

한편 2002년 기준 의약품 총 생산액은 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5%에 불과하다. 전세계 의약품시장 규모는 2003년 9월 기준으로 4460억 달러, 우리나라는 50억 달러로 1.2%를 나타내고 있다.

2002년 의약품 수출은 7억2천만달러, 수입은 21억8천만달러(2002년)로 심각한 무역역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1위인 동아제약의 매출액이 5천억원. 일본의 다케다(9조원), 미국 화이자(45조원), 영국 GSK(40조원) 등 하늘과 땅 차이다.

전자산업과 제약산업, 연간 생산 120조와 9조. 단순비교로 10배가 넘는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전자산업이 이토록 성장한 배경에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있었다.

전자산업의 본격적인 성장기반 확보는 1960년대에 들어서 정부의 강력한 수출지향 정책에 힘입어 외국인 투자의 적극적인 유치 및 수출 공업공단이 조성됨으로써 비롯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1970년대에는 국내 자본기업의 투자비중이 커지고, 제조 경험과 자체기술 개발 경험이 축적되면서 고도성장이 시작되었다.

1980년대 들어서는 대기업들의 본격 참여와 함께 반도체, VTR 등 대규모 투자사업이 이루어져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하였으며, 1990년대의 전자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구조전환과 함께 세계화 경영을 위한 해외투자 붐을 일으키면서 재도약의 돌파구를 찾았다.

학계에서 분석한 전자산업의 성장 요인은 ▲ 생산체제의 고도화, ▲ 생산제품의 고부가가치화, ▲ 기술력 향상, ▲ 국제화 진전, ▲ 부품의 자급화 제고, ▲ 정부의 효율적 지원정책 등이다.

제약산업이 발전하려면, 아니 정부에서 좋아하는 용어로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면 무엇보다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 왜 수출인가? 개발연대에 정부에서는 각 기업의 수출 실적에 따라 상을 주었고, 이는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는 또 기업의 자랑거리가 됐다.

수출을 하려면 해외에서 인정받아야 하고, 기술력이 필요하다. 투자도 돼야한다. 이는 단순히 달러를 벌어들이는 활동이 아니라 산업 발전을 의미하는 일이다.

수출은 또 정부의 예산 사용이나 기업의 투자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명분을 얻는다. 우리나라에서 신기술이나 신제품이 가장 국민적인 설득력을 얻는 단어는 ‘수출 대체 효과 000억원’이다.

위에서 장황하게 전자산업의 발전 요인을 적은 것은 그대로 제약산업에 적용해야 한다는 행간의 의미가 있다.

제약산업의 현주소를 보자. 기업규모가 영세해 운신의 폭이 좁다. 투명하지 못한 유통구조도 큰 걸림돌이다. 과당경쟁으로 가격질서가 문란하다. 소량 다품종 생산에 따른 물류비 증가도 큰 부담거리다.

제약산업의 미래는 전자산업처럼 수출을 대안으로 메이커의 체질개선과 정부의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기업도 변해야 한다.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단계별 목표를 세우고, 인력을 모으고, 방법론을 연구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이, 일본이, 인도가, 중국이, 영국이 왜 제약산업을 위해 국력을 모으고, 왜 우리나라에 와서 투자설명회를 하고, 왜 자회사를 세워 집적 투자하는지 철저히 연구할 시점이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성장의 배경에는 강력한 독려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우리 제약기업들은 어찌보면 국내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머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안목에 빠져 있다는 한 외자사 간부의 지적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기업이나 국내적인 소모전을 계속한다면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영업사원을 병의원에 보낼 것이 아니라 해외로 보내야 한다.


의약뉴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