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정 숨가쁜 대결, 승자는 누구여야 하나
보건의료계와 정부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원격의료 ,영리병원, 선택진료제, 상급병실료 등에서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의협은 물론 약사회나 시민단체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발등의 불은 의협이다. 의협은 원격진료가 시행될 경우 일차의료기관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보건의료체계의 몰락까지 주장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의 핵심인 영리병원 도입에 있어서도 의협은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선택진료제와 상급병실료는 의원급보다는 규모가 큰 병원들의 반대가 더욱 드세다. 병원계는 이런 중차대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이해당사자인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저수가로 인해 지금도 힘든 판국인데 여기에 선택진료와 상급병실료 개선책이 적용되면 병원들은 아예 고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와 이런 대립을 펼치고 있는 사이 편의점 상비약 확대와 관련해서는 약사회와 일전불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정, 약-정이 그야말로 한 판 전쟁을 벌일 기세다.
편의점 상비약 확대는 경제분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품목 수와 판매장소의 확대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약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대통령 보고 자리에서 나온 의료와 교육, 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성공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 정책으로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를 언급한 것이다.
KDI가 안전 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 제도를 시행한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부작용 경험자는 2.8%에 그친 반면, 해당 의약품을 구입할 의사는 85%로 높게 나타났다며 이를 바탕으로 약국 외에서 판매되는 OTC 의약품 허용품목 수와 판매장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
안전상비약 도입 당시에는 품목 수와 판매장소 제한이 강조됐지만, 결국 편의점 판매 시작 1년여 만에 품목 및 판매장소 확대 문제가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확대는 커녕 문제점을 지적해 폐지를 노려야 하는 약사회의 입장에서는 큰 복병을 맞은 셈이다.
우리는 의-약-정이 벌이는 이런 기싸움에 대해 무작정 밀어붙이기식의 힘의 논리 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자 한다.
어떤 일에는 반드시 이득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집단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득을 보는 집단 보다는 손해를 보는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타협하는 것이 제도 시행이 조금 늦더라도 바른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의약단체들도 정부정책의 반대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나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국민건강이 무엇인지 심사숙고 하면서 원점에서 문제점을 재검토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의약정의 대립에서 결국 승자는 정부나 의약인이 아닌 국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