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 심사 지불 사후관리'의 정상화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취해야 할 당연한 조치다.
이에따라 복지부는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 과제를 냈고 건강보험공단은 요청 공문에 답을 보냈다.
답의 핵심내용은 ‘진료비 청구·심사·지불·사후관리 체계’에 관한 것이다. 김종대 이사장은 최근 ‘건강보험 공부방’ 블로그에 ‘비정상을 정상으로’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복지부로부터 국무조정실의 추진계획에 따른 ‘비정상적인 관행의 정상화 과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공단은 요청 공문에 그 첫 번째로 ‘진료비 청구·심사·지불·사후관리 체계’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이 공문에 답을 한 내용을 소상히 밝힌 것은 건강보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지속가능성의 핵심내용은 당연히 재정관리다. 재정관리는 수입관리와 지출관리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 이사장은 “수입관리 부분은 다행히 연말까지 ‘소득중심’ 보험료 부과체계를 만든다고 하니 비정상적인 관행은 바로 잡을 수 있게 됐다”며 “문제는 지출관리 영역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아무리 보험료를 잘 걷어도 지출하는데 있어 낭비요소가 있으면 말짱 헛 일”이라고 지출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건강보험 제도에 있어 지출관리 영역은 재정누수가 상례화 돼있고,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진료비 청구·심사·지불·사후관리 체계’라는 것이 김 이사장의 판단이다. 김 이사장이 이런 판단을 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그는 첫 번째로 요양기관(의료기관)의 급여비용(진료비) 청구를 가입자의 자격관리를 하는 보험자(공단)가 아닌 심평원이 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공단은 부적정한 가입자(외국인 등)라 하더라도 진료비를 일단 지급한 이후 환수하는 ‘사후관리’만 하게 돼 있어 이중삼중의 낭비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 다시말해 진료비 지급 전 ‘사전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공단으로 하지 않아 비용 심사 전에 자격확인을 할 수 없고, 사후관리밖에 할 수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가입자인 국민의 출생·성장·주거지이동·분가에서부터 사망시까지 모든 자료를 보유하고 그 ‘자격관리(가입자 관리)’를 하고 있는 보험자인 공단이 부적정한 가입자에 대한 급여비용을 ‘사전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행법은 심평원에 청구했지만 공단에 청구한 것으로 보고 지체없이 지급해야 하므로 자격확인의 여유가 없어 잘못 지급된 비용을 환수하는 사후관리에만 매달릴 뿐”이라고 고충를 토로했다.
이밖에도 그는 △심평원이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료비 심사 청구 받고 45일 후 공단이 심사내역을 받음으로 인해 부당수급(진료)에 대한 ‘적기 조사’를 하지 못하는 점 △세부적인 심사조정내역을 받지 못해 개략적인 조사만 가능한 점 △건강검진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경우나 장기요양비용과 치료비용을 청구할 때 비용청구를 공단과 심평원에 따로 하는 점 △청구를 따로 하기 때문에 보험사기, 부정수급, 부정청구 조사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 등을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삼았다.
우리는 김 이사장의 이런 주장이 일견 타당하다는데 공감을 표시한다.
다만 공단과 심평원의 밥그릇 싸움 즉 김 이사장이 지적한 것처럼 가입자의 자격을 관리하는 보험자인 공단이 아닌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려는 파워게임의 일환이 아닌지에 대해서는 경계의 눈초를 보내고 있다. 이 문제가 과연 비정상의 정상화인지는 더 따져 봐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