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가는 기차 귓전을 울리지요

2013-09-23     의약뉴스

녹슨 철길, 기차는 멈췄지만 가만히 있으면 귓전을 울리는 고동 소리 길게 울립니다.

먹다 버린 닭발로 허기를 채우고 오들오들 떨지만 마음은 따뜻하지요. 마주 잡은 두 손, 천국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다 함께 칙칙폭폭. (다음은 이진우 시인의 '천국으로 가는 기차' 라는 시입니다.)

 
 
 

천국으로 가는 기차 | 이진우

오래된 신문지를 말아 쥐고
누가 먹다 버린 닭발을 씹으며
대합실 텔레비전에 머리를 기댄다
오들오들 떨며 잠을 재촉하는 사람들
몇 잔 소주로 마음을 데우고
몇 방울 눈물로 몸을 녹인다

신문지 뒤집어쓰고 누더기처럼 잠이 들면
누가 아나
낯선 곳은 여전히 낯설고
세상은 늘 겨울

시간이 되면
철길에 가지런히 눕는다
온 몸이 퍼렇게 얼어도
귓전에 그리운 소리 들리고
마음은 따뜻하다
때에 절어 행선지 지워진 차표를 입에 문다

기차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철길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