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캬바레(1972)
기괴한 분장, 익살스런 표정, 멋진 멘트, 화려한 율동 그리고 감동적인 노래.
이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즐기고 싶다면 '캬바레'로 오면 된다. 동네에 널린 그런 캬바레 말고 1930년 동독 베를린의 캣킷 클럽으로.
이곳에 와야만 빼빼마른 익살꾼이며 음흉하고 노련한 사회자 (조엘 그레이)와 클럽의 귀염둥이 샐리 보울(라이자 미넬리)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염하며 순진하고 백치미를 뽐내는 샐리는 첫인상과는 달리 노래와 춤이 아주 볼만하다. 거기다 섹스에도 자신감이 붙어 있으니 뭇 남성들은 그의 노리개로 적합하다. 조만간 누군가 그와 한바탕 뜨거운 시간을 벌이지 않으면 이상한 분위기다.
아니나 다를까. 흰 연기를 뿜는 기차에서 내린 한 젊은 금발의 남자 브라이언(마이클 요크) 이 샐리의 마수에 걸려든다. 두 개의 갈색가방을 든 그는 영국의 캠브리지 출신으로 영어 과외로 돈을 벌고 샐리는 그와 애인사이가 된다.
샐리는 노래를 부르고 그는 과외수업을 하는데 노래와 수업만 하면 관객은 따분하다. 그래서 밥 포시 감독은 오직 섹스가 주업이라고 할 만한 인물 막시 밀리안 폰 헤우메( 헬무트 그리엠)를 등장시킨다. 그는 샐리도 꼬시고 브라이언도 구워삶아 두 사람과 잠자리를 한다.
여자도 남자도 마다않는 양성애자인 것이다.
여기에 샐리의 친구 나탈리 까지 등장하고 그의 남자 친구와 사랑이 더해지니 이만하면 제대로 얼개를 갖춘 셈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유대인이다. 배경이 1930년 베를린인 것을 보면 나치의 전성기가 떠오른다.
밥 포시 감독은 무엇이든 허용되는 베를린의 복잡한 섹스문화와 나치의 등장을 캬바레를 통해 절묘하게 묘사하는데 성공했다.
남자와 잠을 잤으니 샐리는 임신을 한다. 그런데 누구의 아기인지는 자유로운 그녀의 섹스 관념으로 볼 때 알아내기가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누구의 아기가 됐든 키우자고 한다. 하지만 샐리는 약간의 죄책감과 캬바레에서 일하고 궁극적으로 훌룡한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모피 코트를 팔아 낙태를 한다.
두 사람이 헤어질 요건은 갖춘 셈이다.
인생은 길지 않으니 방에 있지 말고 캬바레로 와서 음악을 들으라고 재촉한다. 여기서는 인생이 아름답고 여자도 예쁘고 오케스트라도 멋지다. 인생 뭐 있나~ 인생은 캬바레 아닌가 하고 절규 하듯 노래 부른다.
흐릿한 배경 사이로 기세등등한 나치와 틀이 잡힌 히틀러의 모습이 중첩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즐긴 시간이 끝나는 순간이다.
명작 올 댓 재즈 (1979)의 감독 밥 포시의 캬바레는 그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걸작 ‘대부’를 제치고 아카데미 감독상은 물론 여우주연상 등 8개 부분을 수상했다. 시중에 DVD가 나와 있으니 구해서 보는데 지장이 없다.
가장 음흉하고 애잔하고 슬프고 기쁘고 웃기는 뮤지컬 영화다.
국가: 미국
감독: 밥포 시
출연: 라이자 미넬리, 조엘 그레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