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딸기가 살던 방의 영혼 보았나요

2013-07-01     의약뉴스

 
 
 
 
 
 
 
뱀딸기가 잘 익었습니다. 하나 따서 먹어 봅니다.

밋밋하지만 연한 단맛이 조금 남아 있군요. 또하나를 따서 조심스럽게 만져 봅니다. 조금 힘을 주자 살은 곧 무르고 흰 속살을 드러내는군요.

아무리 봐도 뱀하고는 닮은데가 없는데 왜 이름이 뱀딸기 인지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살아서 천대받던 뱀이 죽어서 붉게 물든 딸기의 영혼이 되었나 봅니다. (참고로 뱀딸기에는 항암작용 등 각종 약효 성분이 있다는 군요.) 이윤학 시인은 '얼굴'이라는 시에서 뱀딸기를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윤학/ 얼굴

제 얼굴에 침 뱉어논 뱀딸기를 보았다.

대낮부터 붉은 얼굴. 홍시 같은 얼굴을 한
뱀딸기를 보았다.

한평생을 부끄럽게 살다 가는 얼굴.
한평생을 부끄럼을 타다 가는 얼굴.

뱀딸기를 딴 적이 있었다.
뱀딸기의 둥근 속은
천장으로 달라붙어
텅 비어 있었다.

붉게 익어터진 지붕과
희고 부드러운 천장을 가진
뱀딸기의 영혼이 살던 방을

보았다.

더러워
부끄러워
안엣것들을 내다버린

뱀딸기 열매에서는
붉게 익어 터진 부분에서도
하얀 즙이 나왔다.

까슬까슬
뱀딸기 열매에서는
무수한 舍利(사리)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