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이파리 사루비아 붉은 입술을 열고
2013-05-13 의약뉴스
시든 이파리와 줄기는 새롭게 분기탱천, 위로 위로 마구 솟는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다. 숲은 겨울에도 살고 여름에도 산다. 마치 숲은 사람살이와 같다. 김기림의 시인의 시 숲을 음미해 보자.
김 시 림 /숲
잠자리 날개 무늬로 영글어 가는 숲에서
나는 그 중 나무의 가지가 된다
미풍은 사루비아의 붉은 입술을 열고
단풍나무 아래 다소곳이 고개를 떨군
제비꽃 씨방을 들여보다가 누군가의 깊은
눈동자가 깃들었던, 어딘가에 아직 과즙이
묻어 있을지도 모를 내 몸내음을 맡는다
한 때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던 태양,
멈출 길 없는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영화롭게 빛나던 아파리와 열매들 이제는
밑동으로 돌아가 부스러기가 될 채비를 한다
헤어진다는 것은 언제나 목마름을 동반하는 것
손잡았던 세포와 세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망부석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