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분자표적의약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2004-04-23 의약뉴스
종래의 신약개발은 미지의 표적을 연구하고 나중에 그 연구가 특정한 표적을 타겟으로 하고 있음이 밝혀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근래의 생명공학에서는 게놈 해석기술과 프로테옴 해석기술이 크게 발전함에 따라 표적 그 자체를 탐색할 수 있게 됐다.
표적 결정으로 화합물을 스크리닝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통해 분자표적의약품 탄생이 가능하게 됐다.
분자표적 의약품 연구라는 새로운 조류에 가장 먼저 뛰어든 제넨테크는 항암제 아바스틴, 항암제 타르세바, 건선치료제 랍티바, 천식치료제 졸레어 등을 개발했고, 비호지킨스임프종 치료제 리툭산 등을 발매해 연간 수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제넨테크가 유전자조합 기술을 이용한 바이오 신약개발에서 분자표적의약품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 한계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인체내에는 무수한 사이토카인이 있지만 의약품으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은 single-purpose 사이토카인에 한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분자표적의약품의 원천이 되는 항체는 거의 매일 무수한 표적이 발견되고 있고, 90년대에 항원성 문제가 없는 인간형 항체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됐고, 실용가능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구미의 대규모 제약기업들은 자사의 주력품목들이 속속 특허가 만료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게놈벤처의 흡수내지는 제휴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는 게놈 기술을 이용한 신약화합물을 확보하자는 데 있다.
외자기업의 시장 잠식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일본 제약사들도 분자표적의약품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제약사들은 연구개발비를 절약하기 위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화합물에 단백질을 흘려 반응하는 단백질이 있으면 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해 어떤 질환에 관여하는지를 조사하고, 그 화합물을 리드로 하여 최적화를 진행하는 Reverse Proteomics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분자표적의약품은 G단백질수용체(GPCR)다. 인간의 체내에는 약 1000개의 GPCR가 존재하고 있는데, 아직 상당수가 해석되지 않고 있어 유력한 신약후보 표적이 될 수 있다.
분자표적의약품은 제약사의 광고기법도 셀프판매에서 카운셀링판매와 같은 형태로 서서히 변화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무조건 이 항암제를 사용해주세요'라고 하는 어바웃한 판매방법에서, 카운셀링하면서 치밀하게 판매하는 영업으로 바뀐다는 것.
전문분야를 담당하는 MR이 있어 그 MR이 필요한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하고, 치료방법을 의사, MR, 환자가 일체가 되어 찾는다.
최근 외자기업을 중심으로 특정한 전문분야를 담당하는 전문 MR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움직임은, 앞으로 와야만 할 맞춤 의료 시대의 광고기법의 선구라고 인식해도 좋을 것이다.
혈압강하제, 고지혈증 치료제 등의 메이저 분야는 여전히 블록버스터가 폭을 넓히는 시대가 계속되지만, 암, 에이즈, 뇌신경계질환, 난치병 (희귀질환) 등의 분야에서부터 서서히 상기와 같은 스타일로 이동해 갈 것으로 예견된다.
대부분의 기업이 게놈 신약개발을 실시하게 됨에 따라, 세계의 제약업계가 분자표적 의약품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은 확실하다.
단지 잘못하면 안되는 것은, 게놈정보, 프로테옴 정보가 누구라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술이 되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승부는 게놈이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의존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화합물을 리드화합물로서 신약개발을 시작할 것인가, bio-availability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디에 어떠한 치환기를 붙일 것인가, 어떠한 최적화로 화합물을 실용가능한 것으로 만들 것인가 라고 하는 과거 노하우의 축적이야말로 제약기업 경쟁력의 원천이고, 이것은 게놈이 그렇게 간단하게 침범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게놈신약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게놈이외의 곳에서 승부가 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전개가 될 것이다.
단순히 게놈해석 Tool을 가지고 있을 뿐인 벤처기업에는 그렇게 간단하게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많은 노하우 축적이 있는 대규모 제약기업이 신약을 개발한다는 점이 제약기업이 여전히 우위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다.
게놈벤처가 가지고 있는 것은 tool이고, 제약기업이 그 tool을 잘 사용하여 신약을 만들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세계 제약업계는 21세기에 분자표적의약품이 제약사의 흥망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류에 잘 편승할 수 있는 기업전략을 구축해야 성공의 열쇠를 가질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이 '바이오뷰'에 연재하고 있는 '분자표적의약품 시대의 연구개발체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의약뉴스 이창민 기자(mpman@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