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 보훈 1원낙찰 타켓 '손익' 때문
원내처방비율 높아...공정위, "제약사 손실우려 탓"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가 보훈병원을 1원 낙찰 근절의 첫 케이스로 삼은 이유는 결국 제약사들의 철저한 손익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보훈병원 1원 낙찰 저지와 관련한 '한국제약협회의 사업자단체금지행위에 대한 건'의 의결서를 공개했다.
앞서 공정위는 한국제약협회가 구성사업자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고발조치했다.
제약사들 스스로가 모두 개개의 독립적인 사업자로, 시장상황이나 자신들의 영업전략, 경영상황 등을 감안해 병원에 대한 의약품의 공급여부와 입찰 가격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함에도 이를 제한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훈병원에 앞서 입찰을 진행한 서울대병원, 일산병원, 부산대병원, 산재의료원, 보라매병원 등의 다른 국공립병원에서 발생한 1원 낙찰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다가 유독 보훈병원에 대해서만 1원 낙찰 의약품 공급을 거부한 것은 제약사들이 손실을 우려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제약협회가 1원 낙찰 저지의 근거로 삼은 부당염매의 가능성이나 부당고객유인행위와도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다.
저가 공급 이후 원외처방으로 보전하는 구조상 1원 낙찰은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의 부당염매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병원은 공급받은 가격대로 건강보험공단에 약제비용을 청구하는 만큼, 저가 공급에 따른 부당고객유인행위로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설령 저가 공급이 부당염매나 부당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에 따른 별도의 공적인 제제조치가 있는 만큼, 협회의 행동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공정위는 제약협회가 이사장단 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행위가 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사들의 의사없이 1원 낙찰을 계약할 수 있는 도매상은 없다", "제약사가 도매상에게 1원 낙찰을 사주하고 부추기는 것"이라는 내용의 이사회 의사록을 공개, 제약사 스스로가 1원 낙찰의 배후라는 사실을 자인했음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제약협회는 임시운영위원회를 통해 저가 입찰 및 공급 제약사에 대한 회원 제명 등의 제제조치를 결의하고, 국제약품공업, 녹십자, 대웅제약, 동아제약, 명인제약, 삼진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일양약품, JW중외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 등으로 구성된 이사장단 회의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보훈병원 입찰에서 1원으로 낙찰 받았던 한국화이자제약, 제일약품, 한국MSD, CJ제일제당, 한미약품, 현대약품, 삼진제약, SK케미칼, 부광약품, 광동제약, 일동제약 등 11개사가 의약품 공급을 거절했다.
이로 인해 계약이 해지된 의약품 도매업자들은 입찰보증금 6000만원을 반환받지 못했으며, 이후 6개월간 조달청에서 실시하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