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선언 리베이트 원천봉쇄 기회로
또 자정선언이 나왔다. 또 라는 표현은 그 이전에도 이런 선언들이 죽 있어 왔다는 말이다. 4일 의협과 의학회는 공동으로 리베이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받지 않겠다는 말에 방점이 찍혔으니 이번 선언은 그 어느 선언보다도 더 실효적이고 실천의지가 뚜렷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차제에 처방을 대가로 한 검은 거래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는 기회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나타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숱한 선언이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진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약사회도 병협도 도매협회도 자정선언의 단골손님들이었으나 여전히 자정의 문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자정선언이 위기에 몰려 있을 때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의협의 선언도 제약회사와 연루된 많은 의사들의 처벌을 눈앞에 두고 나왔다.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선언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스스로 정화하겠다는 자정 만큼 좋은 것은 없다.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문제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것이라야 말로 가장 좋은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협의 이번 선언이 정말로 의약계에 뿌리깊은 리베이트를 발본색원하는 절대 원칙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당국도 자정선언과 함께 실처럼 따라붙는 수가 현실화에 대해서도 심사숙고 하기 바란다.
저수가 때문에, 다시 말해 먹고 살기 힘들어 생계형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말이다. 실태파악을 정확히 해서 정말로 저수가가 원인 가운데 하나라면 과감하게 수가를 올려 주어야 한다.
제약사가 포함된 의약정이 끝장토론이라도 벌여 더이상 자정선언이 뉴스 거리가 안되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