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 공급 막은 제협에 ‘과징금’ 폭탄
공정위, “저가입찰 방해”...5억원 부과
저가입찰 관행을 막아낸 제약협회(회장 이경호)가 사업자단체로는 역대 최대규모인 5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떠안게 됐다.
그동안 업계는 물론 국회와 정부에서도 반드시 근절해야할 시장질서 유린행위로 지목한 바 있는 저가낙찰 행위를 방해했다는 것이 과징금 폭탄의 이유가 됐다.
공정위는 1일 브리핑을 통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실시한 의약품 입찰에서 저가로 낙찰받은 도매상들에게 소속 제약사들이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제약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총 1311개 품목에 대한 입찰을 진행, 35개 도매상들로부터 84개 품목에 대해 1원으로 낙찰을 받았다.
그러나 제약협회는 세 차례의 임시위원회를 개최해 1원으로 낙찰받은 도매업체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회원사들을 단속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에는 제명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결의했다.
이로 인해 관련 도매상들이 계약유지를 위해 높은 가격으로 대체구매 해 납품하거나, 계약파기에 따른 보증금 환수조치와 함께 향후 정부 입찰 제한 조치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한, 보훈복지의료공단 역시 약품조달 차질에 따른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공정위는 주장했다.
이는 개별 사업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할 의약품 공급여부 및 공급가격 결정행위에 대해 사업자가 관여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라는 것이 공정위의 지적이다.
또한 가격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약가인하를 저해하고 환자 및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을 증가시켰다고 꼬집었다.
저가낙찰의 문제점이 있다고는 하나 제약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묵인할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나아가 제약협회 역시 변호사를 통한 사전 법률검토를 통해 해당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강행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보훈병원과 도매업체들간의 저가낙찰 행위는 경쟁사업자를 배제될 우려가 없으며, 1원 낙찰을 강요하지 않아 거래상 지위남용에 해당하지 않고, 다른 병원이나 약국과의 차별적 취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제약협회가 주장한 정당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제약협회 측은 1원 낙찰은 상식이하의 저가 낙찰로 시장질서를 파괴하고 유통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로 반드시 근절해야 할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제약사와 도매업체, 국공립병원으로 이어지는 1원 낙찰의 고리가 정당한 행위로 해석될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국회는 물론 주무부처인 복지부에서도 1원 낙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을 약속한 만큼 확대해석이 없도록 신속한 후속조치와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제약협회 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공정위가 규정한 지침을 준수하되, 불공정행거래행위와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초저가 낙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자정활동과 제도개선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공정위의 심의결과에 대해 항소에 나서지는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해 공정위는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사업활동 방해행위를 이유로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에도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현재 치협은 공정위를 상대로 항소를 제기해 고등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며, 해당 사건을 계기로 1인 1개소 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