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비열한 거리( 1973)

2013-01-05     의약뉴스

영화에 음악이 빠지면 김빠진 맥주다. 마틴 스코세시 감독의 비열한 거리(원제:mean street)는 음악과 영화의 배경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센스 있는 감독의 음악 취향에 팬들은 만족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영화 인트로 화면에서는 '비 마이 베이비'가 나오고 영화 시작 화면에서는 '텔미'가 감칠 맛 나게 흐른다. 찰리(하비 케이틀)는 음악에 맞춰 무대 위에서 두 명의 예쁜 반라 여성과 춤을 춘다. 춤과 음악이 어울어진 시작은 기분좋다.

이 기분 더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자니 보이( 로버트 드니로)가 눈알을 사방으로 돌리고 건들거리면서 역시 두 명의 여자와 함께 등장한다.  뭔가 시비 거리가 없나 하면서 두리번 거리는 자니의 히죽 거리는 표정과 롤링스톤스의 '점핑 잭 플래시'가 잘 어울린다. 1절만 적는 노래 가사를 살펴보자.

 

 
I was born in a cross-fire hurricane
나는 불타는 허리케인 속에서 태어났지

AndI howled at my ma in the driving rain,
폭우 속에서 엄마에게 소리쳤지

But it's all right now, in fact, it's a gas!
하지만 이젠 괜찮아, 사실 재미있었거든

But it's all right. I'm jumping jack flash,
하지만 괜찮아. 내가 '점핑 잭 플래쉬'이고

It's a gas! gas! gas!
엄청 재미있었지

영화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니의 출생 비밀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 밖에도 장면 장면에 따라 한 두 번 들어 본 것 같은 멋진 음악이 계속 나오는데 다 알지 못하는 것이 흠이다.

자니는 건달이다. 그냥 건달도 아니고 순 날건달이다.

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순진하고 깡패라고 하기에는 폭력의 정도가 약하다.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고 상대의 기분은 아랑곳 않고 마구 지껄여 대니 찰리를 빼고는 호감있게 대하는 친구들이 없다.

특히 마이클(리타드 로마너스)은 돈을 빌려 주고 받지 못해 앙숙이다. 돈 값을 날짜가 되면 나타나지 않거나 1시간 이상 기다리게 만들고 2000불을 값아야 하지만 10불만 들고 흥정을 한다.

물먹는 마이클과 물 먹이는 자니의 갈등 그리고 찰리와의 우정( 이런 걸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은 영화가 끝나기 까지 계속된다.

왜 괜히 주는 것 없이 미운놈이 있는가 하면 미운짓을 하는데도 밉지 않은 놈이 있는데 찰리에게 자니는 꼭 그런 존재다. 자니를 끝까지 차고 다니는 찰리는 좋아는 해서 섹스는 하지만 사랑은 하지 않는 자니의 사촌 테라사 ( 에이미 로빈슨) 와도 어쩡쩡한 관계를 지속한다.

어쨋든 실없는 농담과 악담을 입에 달고 살고 신의는 없고 착한 짓 보다는 나쁜 짓에 익숙한 자니는 찰리에게 골칫덩이다.

하지만 자니는 자신이 빠지면 일이 안된다는 듯이 언제나 술집에 나타나고 언제나 돈이 없고 언제나 돈을 값지 않으며 언제나 말썽을 피운다. 그런 자니를 찰리는 따귀를 때리면서 철이 들라고 윽박 지르지만 이내 중국 음식 먹으러 가자고 달랜다. 친구의 우정은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 것인가.

간혹 찰리는 신을 찾으면서 회개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나 자니는 아니다. 네가 회개 할 곳은 교회인데 그의 눈에는 세상이 모두 엉터리다. 그가 회개를 한다면 그곳은 교회가 아닌 비열한 거리일 것이다. 인정사정 볼것 없는 비열한 인간들이 판치는 비열한 세계가 아니면 모두 엉터리일 테니까.

그가 숨쉬고 사는 곳이 이곳이고 방황하는 영혼이 죽는 곳도 이곳이다. 혹한의 겨울, 비열한 거리를 떠도는 우리의 날건달이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 숨을 쉬지 않으니 더 이상 깐죽대는 꼴도 볼 수 없다.

마틴 스코세시 감독은 이 영화로 일약 헐리우드 스타로 우뚝 섰으며 처음 작업을 같이한 로버트 드니로와는 '택시 드라이버' 등에서 명감독과 명배우로 함께한다. 오마주 였을까. 말죽거리 잔혹사(2004)의 유하 감독은 조인성을 주연으로 내세워 동명의 영화 비열한 거리(2006)를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국가: 미국
감독: 마틴 스코세시
출연: 로버트 드니로, 하비 케이틀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