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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똥파리(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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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똥파리(2008)
  • 의약뉴스
  • 승인 2012.05.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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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고른 영화는 한 10분 쯤 보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저도 모르게 눈가에 힘을 주면서 좋았어! 하는 작은 감탄사를 내뱉는 것은 끝까지 보겠다는 다짐이다.

잔혹하기는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1971)와 견주고 긴장감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로커(2010)와 맞먹는다.

아이를 통해 자아를 찾는 과정은 개빈후드 감독의 갱스터 초치(2006)에 비유할 만한 하다. 한국인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굳이 한국인 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가 마음에 들기도 하거니와 이제 한국영화도 세계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화면은 시작하면서부터 심하게 흔들린다.

폭행 장면이다. 먼저 여자를 패는 남자를 죽사발 만든다. 그런 다음 남자에게 맞은 여자를 ‘왜 맞고 사냐’며 얼굴에 침을 뱉고 따귀를 연속으로 갈긴다. 심각한 장면인데도 작은 비명소리 조차 없다.

시작부터 이러니 관객들은 절로 쪼그라든다. 용역깡패 상훈(양익준 분)은 순 생양아치로 태생부터가 글러 먹었다. 사회의 쓰레기로 자라났으니 할 수 있는 일은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괴롭히고 쥐어짜서 먹고 사는 것뿐이다.

입만 열면 욕설이고 폭력은 담배 피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아군과 적군도 없이 마구 패고 부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다. 경찰 두 명도 간단히 해치울 만큼 주먹이 세고 전광석화처럼 빠르니 누구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4살이나 더 먹은 사장인 만식(정만식 분)과 ‘친구먹기’ 하고 시궁창을 돌면서 '파리목 똥파리과'에 속하는 똥파리처럼 하루 하루 살아간다. 시위현장에서 그의 진가는 더욱 도드라진다. 닥치는 대로 까고 부수는 것이 오락실의 두더지 잡기보다 쉽다.

살벌한 눈빛은 증오와 분노, 광기가 이글거리고 쳐다보기만 해도 핵폭탄처럼 금방 터져버릴 것만 같다.

사채를 수금할 때라고 봐주는 것이 없다. 다 쓰러져 가는 빈민촌의 삼류인생들을 오뉴월 삼복 날 개패듯이 때린다.

폭행의 현장에는 늘 환규(윤승훈 분)가 따라 다닌다. 환규는 비굴하지만 붙임성이 있어 사장의 귀여움을 받지만 그는 관심이 없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사장은 ‘참 잘 했어요’라는 도장을 찍고 돈봉투를 돌린다.

어느 날 환규가 친구 영재(이환 분)를 데리고 온다. 영재는 상훈이 길거리서 만난 여고 3년 연희( 김꽃비 분)의 남동생이다. 연희 역시 거친 세상의 쓴맛을 일찍부터 본 터라 대가 세다. 연희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한 용사로 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머리가 돌아 죽은 엄마를 찾고 딸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해댄다. 상훈의 집안과 닮은꼴이다. 상훈의 아버지는 틈만 나면 가족을 팼고 어머니는 일찍 죽었다.

일당을 챙긴 상훈은 살인죄로 15년 형기를 마치고 나온 아버지를 찾는다.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팔자로 걷는 뒷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방문을 열고 술을 먹고 있는 아버지를 다짜고짜 두들긴다.

패륜이다. 욕을 한다. 발길질을 한다. 미안하다고 비는 아비에게 뭐가 미안해, 미안해! 하면서 대책 없이 마구 주먹을 날린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그리고 언덕으로 향한다. 이복누이의 아들인 조카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가 유일하게 위안을 얻는 것은 조카와 놀아주고 과자 사주고 말동무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연희가 친구로 더해졌다. 행복한 순간이다. 두 사람은 시장도 다니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고 새벽 한강에서 ‘확 먹어 버린다’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잠시 즐겁다.

 
그러나 행복은 폭행할 때처럼 위태롭다.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관객들은 어쩌다 찾아오는 작은 행복이 더 큰 불행을 가져오는 달콤한 전희 같은 거라고 인식한다. 아니나 다를까. 연희를 기다리는 것은 폭행을 하는 영재와 총알을 맞으면서 번 돈을 달라는 아버지의 욕설이다.

한편 상훈은 분에 못 이겨 진짜 죽여 버리겠다며 아버지를 찾아간다. 아버지는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다. 업고 병원으로 달리는 상훈, 그리고 죽이겠다는 아버지를 수혈을 해서 살린다.

어느 날 상훈은 영재와 둘이서 일수돈을 찾아 나선다. 두 아이가 보는 앞에서 폭행당한 아빠는 상훈에게 망치를 휘두른다. 일은 꼬인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온다. 해는 빛난다. 휴지를 찾는 상훈의 뒤에서 영재는 망치를 꺼낸다.

그리고 미친 듯이 휘두른다. 예견된 개죽음이다. 우물쭈물 하지 말라며, 너는 왜 왜 왜 왜? 우물쭈물 거렸냐고 울부짖으며 사정없이 망치를 내리친다. 얼굴은 피범벅이고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한다.

죽음의 강에서 그는 본다. 웃고 손잡고 뛰노는 행복한 모습을. 양아치의 죽음도 죽을 때는 이런 멋진 장면을 연출하는구나. 상훈을 죽인 영재는 상훈이 용역깡패를 하면서 노점상에서 죽인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한 셈인가?

그날 상훈은 언제나 아버지를 챙기라는 말을 하는 만식에게 오늘만 하고 그만둔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개 시켜 줄 사람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혼하고 조카와 사는 이복누이다. 그날은 또 공교롭게도 조카의 재롱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연희는 상훈을 기다리다 뒤돌아 선다. 만식은 고기 집을 열고 연희와 누이는 축하주를 함께 마신다. 연희는 신호등 앞에 선다. 길 건너 용역깡패들이 노점상을 거세게 민다.

그곳에 이제는 자세 잡힌 양아치로 성장한 영재가 있다. 검은 재킷을 입고 설치는 영재의 모습이 상훈과 겹친다. 영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뿐이다. 영화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게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용역깡패는 서울 도심을 여전히 활보하고 사채업자는 성황이다. 사회면 뉴스의 단골 메뉴는 사라지지 않는다. 못난 자가 더 못난 자를 괴롭히는 악의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된다.

해리포터의 엠마 왓슨이 한국영화 중 똥파리를 좋아한 것은 이같은 가감 없는 현실을 밀도있게 반영한 때문이 아니었을까. 주연과 조연 할 것이 연기들이 봄나물 처럼 한껏 물이 올랐다. 다 보고 나면 똥파리라는 제목도 점잖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연기와 연출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인 양익준 감독은 한국의 클린트이스트우드라고 할 만하다.

이 영화는 혼자 보면 안된다, 그리고 어두울 때 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잠을 자고 싶지 않다면 혼자서 저녁에 이 영화를 보면 된다.

국가: 한국
감독: 양익준
출연: 양익준 김꽃비 이환 유승훈 정만식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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