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있고 영역없어...윤석원 주최 역할정립 공청회서 주장
29일 국회의원회관 1층 대회의실에서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실 주최로 ‘한국 전문간호사 역할 정립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가 주관한 이번 공청회에는 지난 1973년 도입된 분야별 간호사제도를 바탕으로 시작돼 현재 가정, 감염관리, 노인, 마취 등 13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만2천 명의 전문간호사들의 현위치를 되돌아보고, 향후 전문간호사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한 대안모색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름만 있고, 영역은 없다
‘건보 급여화’로 전문간호사 역할 재정립 모색
공청회의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한 전문간호사 역할정립’이라는 발표를 통해 “현재까지 1만2천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 년 4백 명의 전문간호 인력이 배출되고 있지만, 병의원 등 의료현장의 수요와 제도적, 사회적 인식부족으로 인한 보상 미비 등으로 인해 전문간호사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전문간호사 제도를 보완,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의료기관 인증평가지표에 포함하거나 현재 의료법에서 누락돼 있는 전문간호사의 확보나 역할에 대한 법적 기준 설정, 전문간호사에 대한 건보 급여화 등 적절한 사회적 보상이 이뤄지도록 제도 설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의 전문간호사이자 전문간호사 컨설턴트인 린다 피어슨(Linda J. Pearson)은 ‘미국 전문간호사 법․제도 발전 과정과 활성화를 위한 노력 및 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린다 피어슨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전문간호사 제도의 확립과정을 에릭슨의 발달 단계와 비교하며 “한국 전문간호사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단계에 맞는 위상과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면서 “마치 투명인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전문간호사의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의 전문간호사 스스로 자신감과 정체성, 자율성을 바탕으로 자기혁신을 통해 준비과정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 실정, 발전 위한 준비단계
보상 요구보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 우선
주제발표에 이후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 센트럴병원 김미형 전문간호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백휴 책임연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덕호 급여기준실장, 부산카톨릭대학 간호대학 김영경 교수,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현정희 부위원장,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이창준 과장 등 7명의 토론자가 단상에 올라 ‘전문간호사 제도’에 관한 각계의 입장과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한국병영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우리나라 전문간호사제도는 현재 발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뒤, “전문간호사의 사회적 보상 기전이 부재하다는 김진현 교수님의 주제발표에 공감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건보재정중립 보다는 전문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별도 수가 책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미형 마취전문간호사는 지난해 대법원에서 마취전문간호사의 척추마취시술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시한 사례를 거론하며, “현재까지 의료보조행위로서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행해 온 마취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시되며 많은 마취전문간호사들이 역할 혼란과 법적 책임문제, 윤리적 문제에서 갈등과 좌절을 겪고 있다”고 이야기해 전문간호사에 대한 자격 인증만 존재하고 명확한 정의와 역할 범위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 이백휴 연구원은 전문간호사제도의 발전을 위해 이 날 제기된 대안들에 대해 “현행 의료법에 명시된 의사의 면허와 의료행위를 대체하겠다는 접근 방법은 의료계 내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의사나 의사의 의료행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일반간호사의 역할에서 심화된 전문간호사의 역할영역과 보상시스템을 논의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심평원 김덕호 급여기준실장은 “제도권 내에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게 전문간호사제도 정립의 걸립돌이 되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전문간호사의 역할 증대가 먼저 이뤄져야 건보 급여화 등 비용 보상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하며, “만약 수가 반영이 이뤄지더라도 현재 전문간호사 13개 영역의 전면적인 편입은 불가능 할 것이기 때문에 조직 차원에서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부산카톨릭대 김영경 교수는 “지금까지 1만2천 명의 전문간호사가 배출 됐지만 2009년 병원간호사회 조사에 의하면 전국 190개 병원에 422명의 전문간호사가 배치된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고, “현재와 같이 업무에 대한 법적 지위 보장이 안 될 경우 전문간호사의 고유 업무 수행을 기대할 수 없어 제도 효과성을 연구한다는 게 불가능한 실정이다”며 전문간호사의 사회적 효용성을 논하기 이전 제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전공노 현정희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대해 “OECD 대비 의사는 30%, 간호사는 60%가 부족하지만 CT는 30%, MRI는 50%가 넘쳐나는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인력 확보보다는 장비와 병상에 대한 시설투자가 과도하게 집중된다”고 개탄하며, “특히 국내 응급환자가 매년 100만 명이 발생하지만 국내 응급의료센터에 응급전문간호사가 배치된 곳이 한 곳도 없다”라고 말해 전문간호사제도 활용에 대한 정부의 빈약한 의지를 꼬집었다.
마지막 토론자인 복지부 이창준 과장은 “본건의료분야는 여러 직역 간 이익상충과 갈등이 많다”고 전제하며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사의 ‘업무보조’로 한정한 것을 인정하면서 전문간호사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고, “의사를 대체해 의료비를 절감한다는 논리가 아닌 환자의 만족도 제고와 서비스 개선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이 날 공청회에는 전국에서 200여 명의 전문간호사가 참석했으며, 각 발표자와 토론자의 논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전문간호사는?
1973년 보건, 마취, 정신 등 분야별 간호사를 인정하며 시작된 전문간호사제도는 2000년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됐으며, 2003년 11월 복지부에서 ‘전문간호사 과정 등에 관한 고시’를 공포함으로써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2011년 현재 가정, 감염관리, 노인, 마취, 보건, 산업, 아동, 임상, 응급, 정신, 종양, 중환자, 호스피스 등 13개 분야의 전문간호사 인정돼 있으며, 전국 104개 대학에 813명의 정원이 인가돼 있지만 최근의 연간 전문간호사 배출인력은 400명 정도로 수요가 공급능력의 50%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에는 약 1만2천 명의 전문간호사가 활동 중이며, 이 중 약 50%가 가정전문간호사이다. 제도 시행 초기 전문간호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영역과 인력확대가 있었으나 2008년을 기점으로 최근에는 꾸준히 인력 공급이 줄고 있는 추세이며, 2011년 국내에 하나뿐이었던 보건전문간호사 교육기관이 모집을 중단하는 등 제도 자체에 대한 위기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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