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만성’이란 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에는 ‘만성이라는데, 치료해서 낫겠어’ 하는 생각으로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김성권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만성이란 그 질환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됐음을 나타내는 말이지, 안 낫거나 못 고치는 고질병이란 뜻은 아니다”며 “만성 콩팥병만 하더라도 불치병이라는 잘못된 시각이 많지만 자가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만성 콩팥병(만성 신부전증)은 콩팥의 손상으로 노폐물 제거, 수분 및 혈압 조절 등의 내분비 기능이 저하되거나 이상이 생긴 상태를 말하며, 전체 환자 중 70% 이상이 당뇨와 고혈압에 의해 발생한다.
그러나 콩팥질환의 대부분은 심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검사를 받지 않는 이상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자각증상은 거의 없지만 몸이 잘 붓는 사람, 소변에 거품이 나오는 사람, 혈뇨가 나오는 사람의 경우 콩팥병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 가족 중 2명 이상이 콩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정기적으로 신장검사를 해야 한다.”
콩팥병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소변검사, 피검사, 혈압체크 등이 있다.
“콩팥병의 약 95%는 이 세가지 검사 방법만으로도 발견해낼 수 있다.”
만성 콩팥병의 치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이다.
환자들은 콩팥기능의 저하로 노폐물을 잘 내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저단백 식사를 해야만 한다. (콩팥기능의 저하로 혈액 속에 노폐물이 계속해서 축적될 경우 중독 증세인 요독증이 나타나게 된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질 등은 노폐물을 별로 남기지 않지만 단백질은 사용된 후 많은 노폐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우리나라의 소금 섭취량은 WHO 기준보다 3.5배나 더 높기 때문에 짜게 먹는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
아울러 금연, 다이어트 등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서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당뇨, 고혈압 등 질병이 원인일 경우에는 원인 질병을 고치는 데 필요한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또 식이·약물요법이 효과가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경우에는 복막투석, 혈액투석요법, 콩팥이식 등을 시행한다.
“만성 콩팥병환자가 투석을 받을 경우 보험재정 낭비 등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 때문에 올바른 식습관과 조기진단을 통해 미리 병을 예방해야만 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성권 이사장은 “콩팥질환 연구에 집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훌륭한 연구의 산물을 환자에게 빨리 적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대한신장학회는 풍부한 자원과 인력, 실력을 가지고 최적의 진료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