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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료법 개정안 달리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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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료법 개정안 달리 생각한다"
  • 의약뉴스 김선아 기자
  • 승인 2007.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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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봉직의가 동료에 보낸 장문의 편지 화제

서울의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봉직의사가 같이 근무하는 동료 봉직의사들에게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 장문의 글을 보내 의료법의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익명의 이 봉직의사는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우리의 이해와 병원협회의 이해는 같지 않습니다’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한국 의료의 경향을 한마디로 단정 지어 얘기하자면 ‘의료의 상업화’라고 할 수 있다”며 “대형화, 기계 의존, 가외의 수익사업 창출 등은 상업의 논리이지 의료의 논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와 같은 상업의 논리가 의료 영역에 깊숙이 파고 든 것은 정부가 이를 눈감고 용인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돈도 투자하지 않고 아무 일도 안하고 뒷짐 진 채 있을 때 이 빈자리를 메우려고 들어온 것이 재벌병원과 병원자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사는 “정부지출은 최소화한 채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의료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 돈 돌아가는 원리와 흐름에 의료의 원칙을 맡기는 것이 ‘미국식 시장주의적 의료’”라며 “한국 의료의 방향이 미국식으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우려했다.

의료법 개정안 작업 과정에서 이러한 정부의 의도가 여실히 들어났다는 것.

특히 정부가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인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무한대로 열어주고 병원경원지원회사를 합법화 해 병원의 돈벌이 기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의료법 개정안이 민간보험회사만 살찌우는 법안”이라며 “병원과 보험회사간의 가격 계약이 이뤄진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그 병원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알선하는 행위를 합법화 해 보험회사-의료기관-병원경영지원회사 네트워크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그야말로 환자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환상의 삼각편대’가 구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사는 “이렇게 되면 왜곡된 의료행위를 강요하는 병원 경영진 밑에서 만족스러운 진료행위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대신 민간보험회사의 통제 안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 소유 자본과 민간보험 자본만을 살찌울 법안이며 우리의 이해는 병원 소유 자본의 이해와 같지 않다”며 “우리의 이해는 전체 국민들의 이해와 가깝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본의 이해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 나서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 병협과 달리 이러한 독소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우리의 이해와 병원협회의 같지 않습니다’ 전문이다.

한 말단 봉직 의사가 다른 봉직 의사들에게

-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우리의 이해와 병원협회의 이해는 같지 않습니다
얼마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의료 시스템은 어떤 전환기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전환기라고 말한 것은 이전의 시스템으로는 한국 의료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병원의 의사, 간호사, 의료 기사 할 것 없이 병원 직원 모두가 뼈 빠지게 일해도 병원 경영진은 늘 경영 수지를 들먹이며 더 많은 환자를 보며 더 많은 시간을 일하도록 채찍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병원 의사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환자들의 병원 만족도는 그리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자들은 늘 병원 서비스의 질을 문제 삼고, 그러다보니 환자와 의료인간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흔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 탓을 해보기도 하지만, 의사가 환자 탓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 向愎? 짓임을 우리는 압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을 상시적으로 경험하면서 더 이상 한국 의료가 이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서는 병원 직원도, 환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그간 한국 의료는 나름대로 ‘저비용 고효율’을 자랑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의료에 대한 지출은 적은 데 반하여 평균 수명, 영아 사망률 등 보건의료 지표는 그런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각국의 GDP대비 보건의료 부문의 정부 지출 수준을 비교해보면, 한국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적다는 의미겠지요. 정말 그랬습니다. 어디 지금까지 어느 정부에서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이루어진 적이 있나요.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그나마 보건의료 지표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의료인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역량을 갖추고 있었고, 국민 건강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온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의료인들의 능력과 헌신에 기초해 있던 한국 의료의 ‘저비용 고효율’ 신화도 이제는 더 이상 이어가기가 힘들어진 듯합니다. 이러한 현실의 단면이 처음에 언급한 여러 상황으로 드러난 것은 아닐지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한국 의료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 어정쩡한 한국식 ‘저비용 고효율’ 구조가 통하지 않게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은 크게 보아 두 갈래 길로 갈라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미국식 의료 시스템이요, 또 하나는 유럽식 의료 시스템입니다. 물론 유럽식 의료 시스템이 단일하지 않고, 미국식과 유럽식 사이에 수많은 ‘제3의 길’이 있지만, 최대한 단순화하여 보자면 이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시스템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미국식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본을 민간 부문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매우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돈 없는 많은 사람들의 의료접근권의 제약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평균 수명과 영아 사망률은 선진국의 그것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이지요.

유럽식은 병원의 자본을 주로 사회적으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원하거나 공익재단이 기부하는 식이지요. 그 결과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누구나 거의 무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환의 경우 대기 시간이 길고, 최첨단 의료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더디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나 영아 사망률 수준 등 보건의료 지?! 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요.




이와 같이 매우 다른 선택의 양 갈래 길에서 한국 의료는 어떤 선택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아니 선택의 여지는 있는 것일까요? 오히려 우리는 한 방향의 선택만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간의 정부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 온 결과, 10여 년 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몇 가지 경향을 보았을 때, 우리는 이미 어느 한 방향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최근 한국의 병원 문화를 보면 몇 가지 경향을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병원의 대형화 경향입니다. 대형병원은 말할 것도 없이 중간급 규모의 병원도 요즘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병상 증축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이미 한국의 급성기 병상은 과잉 공급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상은 규제 없이 더 만들어지고 있고, 신기하게도 그러한 병상들은 환자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신기한 게 아니지요. 그 이면에는 중소 규모 병원과 지방 병원의 어려움이 가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종소 병원과 지방 병원의 무덤 위에 대형병원과 수도권 지역 병원의 병상이 세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경향이 환자들에게 이로울까요? 일반 국민들은 병원이건 기업인건 상점이건 무조건 큰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 ? 의사들이 보기에도 그런 것은 아니지요. 우리는 의과대학 시절부터 의료기관이 지역에 고르게 분포되고, 의료전달체계가 적절하게 갖추어지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나 의료인을 위해서나 바람직하고 효과적이라고 배워오지 않았습니까?




둘째는 고가의 의료장비 구입 ‘러쉬’입니다. 그야말로 이를 ‘러쉬’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지요. 요즘 병원들을 보면 역시 너나할 것 없이 고가의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병원별 MRI 보유 비율, 병원별 PET 보유 비율 등이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다는 것 아닙니까? 이 역시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고가의 의료 장비를 보유한 병원이 훌륭한 병원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과연 그렇습니까? 물론 고가의 질 좋은 의료 장비가 있으면 없는 것보다는 좋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장비를 너나할 것 없이 들여 놓는다면 이는 낭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낭비는 단순한 낭비가 아닌 것이, 이 비용을 의료 인력에 투자했다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을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의과대학 다닐 당시 몇몇 훌륭하신 선! 생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셨더랬습니다. ‘명의는 결코 의료기기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의사가 의료기기에 의존하는 순간 기술자가 되는 것이라’고. 그런데 이러한 교수님들의 말씀은 21세기에는 정말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것일까요?




셋째는 병원의 멀티플랙스화입니다. 90년대 초반 재별 병원들이 들어서면서 장례식장, 주차장으로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 병원에 각종 아케이드를 만들어 상업 행위를 하게 되자, 이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따라하고 있는 경향입니다.

단지 현재 의료법상 의료법인이 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에 의료법인들만이 약간의 제약을 받고 있을 뿐, 학교법인, 종교법인 등은 병원을 심할 정도로 멀티플랙스화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일반 국민들은 편한 것 아니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과연 그렇습니까? 이렇게 되면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이러한 사업으로 쉽게 돈을 버는데 더 혈안이 될 것입니다. 환자한테 써야할 치료 재료와 의료 인력의 인건비 등을 아껴서 이런데 투자하는 병원에서 우리는 우리 일의 보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상 최근 들어 심해지고 있는 한국 의료의 몇 가지 경향을 한 마디로 단정 지어 얘기하자면 ‘의료의 상업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형화, 기계 의존, 가외의 수익 사업 창출 등은 상업의 논리이지 의료의 논리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상업의 논리가 의료 영역에 깊숙이 파고 든 것은 정부가 이를 눈감고 용인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돈도 투자하지 않고, 아무 일도 안하고 뒷짐진 채 있을 때, 이 빈자리를 메우려고 들어온 것은 재벌병원과 병원자본이었습니다.

이들이 이와 같이 이들의 입맛에 맞게 한국 의료를 재편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미 한국 의료의 방향을 어느 한 방향으로 끌고 가고자 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식 시장주의적 의료입니다. 정부 지출은 최소화한 채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의료 시! 스템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 돈 돌아가는 원리와 흐름에 의료의 원칙을 맡기는 것, 이것이 바로 그러한 의료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의도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 작업에서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의료법이 입법 예고된 초반기에 간호진단, 의사의 설명 의무, 임상진료지침 등의 문제를 중요시했지만, 사실 이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의료법 개정안에는 담겨 있었습니다. 이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무한대로 열어주는 의료법 개정안




앞에서 한국 의료의 최근 한 경향으로 병원의 멀리플랙스화를 지적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의 제한을 완전히 풀어버렸습니다. 의료법인이 무한대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가 의료법에 명시되어 있어 추가적인 부대사업이 합법화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그만큼 그 절차와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병원은 부대사업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병원협회의 로비에 약한 보건복지부는 병원협회가 요구하는 거의 모든 사업을 부대사업으로 승인해 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 이 개정안 통과시 그간 병원협회가 지속적으로 로비를 펼쳐온 사업들이 바로 부대사업으로 승인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관광편의시설업, 사회복지시설업, 병원체인사업 등입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장 병원은 지하에 온천장이나 목욕탕을 만들고 숙박시설을 만들어 여관업을 하려고 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관광지역의 경우 일부 공간만 진료를 담당하고 대부분의 시설 공간은 온천, 마사지, 피부 미용, 숙박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무늬만 병원’인 병원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대부분의 병원이 이러한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병원을 구조 조정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현재에도 돈이 안된다고 필수 진료 업무를 외주화하거나 과를 폐쇄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돈벌이 수단이 늘어난 마당에 그런 업무나 과를 굳이 둘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대형병원의 경우는 좀 다르겠으나 대부분의 중소병원들은 전체 병원 구조를 조정하여 부대사업 위주의 틀로 다시 짜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입니다. 병원협회의 이익이 곧 우리 봉직 의사의 이익은 아닙니다. 이렇게 되! 면 병원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병원의 주요 기능인 진료 기능은 오히려 축 소될 수 있습니다.




2. 병원의 돈벌이 기관화를 촉진시킬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합법화한 의료법 개정안




병원이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기 위해서는 사업 범위의 확대와 더불어 주식회사 형태의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가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병원으로 자본이 투자되는 방식을 보다 단순화할 필요가 있고, 그것을 위해서는 병원에서 난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여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더 큰 돈을 투자할 마음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법 체계 내에서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것은 불가능합니다. 비영리법인은 사업 수익을 모두 자신의 법인에 재투자하도록 되어 있고 과실 송금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갈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병원경영지원회사’라는 새로운 주식회사의 활성화 방안입니다. 병원경영지원회사는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병원경영 전반(구매, 인력관리, 진료비 청구, 마케팅 등)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이러한 회사는 현재에도 ‘병원경영 컨설팅’업체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병원경영지원회사에 병원이 자본을 투자하고 그 이윤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에 병원경영지원회사 지원도 포함시킨 것입니다.

이것이 합법화될 경우 이러한 병원경영지원회사를 지주회사로 한 광범위한 병의원 네트워크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벌 병원이 출자한 병원경영지원회사를 정점으로 그 밑에 다양한 규모의 전국적 병의원들이 네트워크화 되어 돈벌이 병원의 카르텔을 형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병원이 병원경영지원회사에 투자가 가능해지게 되면, 병원경영지원회사는 온갖 돈벌이 수단을 개발하고 유포하는 진원지가 될 것입니다.

병원은 그러한 경영 기법을 적극적으로 전수받아 돈벌이 행위에 전념하게 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얻은 수익은 병원으로 재투자되어 의료서비스와 환자를 위해 쓰이지 않고 다시 병원경영지원회사로 재투자되어 자본 투자자들에게 배분되고, 그 과정! 속에서 병원경영지원회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입니다. 병원경영? 熾廢말瑛? 투자자들은 병원의 경영진들과 병원 자본일 것이므로 이들 일부에게 환자의 쌈지돈과 병원 봉직 의사의 노동의 대가가 착취당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병원경영지원회사에서 퍼뜨릴 적극적 영리 추구 행위가 진료 행위를 왜곡시킬 양상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들은 교묘한 수법으로 부당, 허위 청구를 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 먹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케팅 기법이라는 명목으로 의료인들에게 환자들을 ‘벗겨 먹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전수시킬 것입니다. 지금도 존재하는 병원경영 컨설팅 회사 중 일부는 자신 고용하고 있는 직원을 파견할 경우, 파견하는 병원에 몇 개월만에 두세 배 이상의 매출을 장담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쓰는 방법은 ‘끼워 팔기’와 ‘불려 팔기’입니다. 하나의 문제를 위해 방문한 환자에게 별 치료가 필요 없는 두세 가지 문제를 덮어씌워 더 치료받도록 하거나, 급여 범위내에서 해결 가능한 치료에 비급여 시술을 끼워 넣어 돈을 더 받는 행위가 바로 그것입니다. 병원경영지원회사가 활성화되면 이러한 부도덕한 상술이 의료 영역에 일반화되?! ? 끔찍한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3. 이번 개정안은 민간보험회사만 살찌우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보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거의 정설입니다. 그간 보험회사는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은 것을 이용하여, 암 보험, 뇌심혈관계질환 보장 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질병보험을 출시하여 시장을 공략해 왔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한국 성인이 하나 이상의 민간의료보험을 가지고 있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민간의료보험 시장도 포화 상태가 되었습니다. 최근 보험회사들이 앞다투어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질병보험 광고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적극적 광고를 통해 새로운 구매 계층을 창출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광고만으로는 새로운 구매 욕구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광고와 더불어 함께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새로운 상품의 출시입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현재 보험회사들이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상?! 걋?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입니다.

현재의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정액형’ 민간의료보험입니다. 어떤 질병에 걸리면 얼마 하는 식으로 보상의 액수가 질병별로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환자가 병원에 가서 본인이 부담한 돈을 그 액수만큼 보상해 주는 상품으로서 국민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이러한 신상품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의 원활한 출시를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었습니다. 현재의 제도로도 출시 자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으나, 몇 가지 제도가 더 갖추어져야 보다 위험성이 낮은 상태에서 신상품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험회사들이 그간 요구해왔던 것은 병원과 보험회사간에 가격 계약이 허용되어야 하고, 보험회사의 환자 알선 행위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출시하였을 경우, 보험회사의 설계에 따라 지출 구조를 맞추어 주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강요하고 요청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병! 원이 선정되었을 경우 가입자에게 그 병원으로 가도록 유인하고 알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행 의료법에는 그 누구도 특정 의료기관으로 유인하거나 알선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조항의 개정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의료기관과 보험회사가 가격 계약을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더불어 이와 같이 병원과 보험회사간의 가격 계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그 병원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알선하는 행위를 합법화하였습니다. 이러한 개정안은 이러한 법 개정을 통해 보험회사-의료기관-병원경영지원회사 네크워크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환자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환상의 삼각편대’가 구축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병원경영지원회사는 대형병원을 정점으로 전국의 병의원을 묶어 병의원 네트워크를 만들어 비급여와 부대사업을 중심으로 돈벌이를 합니다.

보험회사는 이 네트워크에 가격 계약을 통해 참여하고 자기 회사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한 환자들을 이러한 병의원 네트워크로 유인, 알선하여 이속을 챙깁니다. 보험회사가 국민을 대상으로 호객 행위를 해서 잠재적 환자 풀로 조성한 다음, 병의원 네트! 워크가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 환자 만들기와 환자 유치 행위를 통해 주머니를 털어 그 이득을 나누어 갖는 ‘환자 착취의 카르텔’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개정안의 조항은 병원자본과 민간보험회사 자본을 살찌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면 병원과 민간보험회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뭐 그리 나쁜가, 병원이 돈을 많이 벌면 내 월급도 많아지는 것이고, 민간보험회사가 커져서 건강보험 영향력이 줄어들면 짜증나는 건강보험공단 직원 등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까 좋은 것 아닌가 하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동료 의사들이 현재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만으로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의 진료 행위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 정부의 규제에 눈살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정부 규제와 건강보험의 간섭이 기분 나쁘다고 하여서 시장의 원칙과 민간보험회사의 규제를 선택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요? 그리고 내 월급 몇 푼이 더 오르기는 하겠지만, 더 많은 노동을 요구하고, 왜곡된 의료 행위를 강요하는 병원 경영진 밑에서 우리의 진료 행위는 과연 만족스러울까요?




이 상황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의 전문주의와 시장 원칙이 중심이 된 의료체계는 양립 가능한가? 다시 말해 시장의 원리, 이윤의 원리가 최상의 원리가 되었을 때, 우리는 과연 ‘교과서적인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지금도 ‘교과서적인 진료’를 하였을 때 그것이 낭비적인 것으로 지적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과연 지금보다 더 시장화된 시스템 내에서 우리의 전문성과 독자적 판단은 과연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둘째, 민간보험회사의 통제가 과연 건강보험공단의 통제보다 약하거나 우리의 전문성을 존중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흔히 우리가 오해하는 것은 건강보험공단의 통제가 없어지면 우리 맘대로 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의료 시스템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른 나라에서 그러한 ‘무중력 상태’인 의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건강보험공단의 통제를 거부하는 순간 우리는 민간보험회사의 통제 안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민간보험회사의 통제가 건강보험공단보다 합리적이고 유순할까요? 지금은 우리가 보험회사 직원의 요구를 거절해도 아쉬운 것은 저들이지만,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보험회사-의료기관 계약이 가능해져서 저들이 환자를 유인하고 알선하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을 때에도 과연 그러할까요? 그리고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는 기업인 민간보! 험회사의 간섭과 통제가 과연 어정쩡한 건강보험공단의 그것보다 나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셋째,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환자들이 돈 때문에 우리에게 진료 받을 수 없는 조건이 확대된다면 과연 우리의 직업 만족도는 높을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을 하면, 우리가 너무 낭만적인 것이 아닌가 되물어 보실 분들이 있을 줄로 압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회과학적으로도 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면 그 사회 구성원의 행복도 내지는 사회에 대한 만족도가 전체적으로 저하한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실 너나 할 것 없이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화를 내거나 가슴을 친 적이 다 한번 쯤은 있지 않습니까?




최근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에 대해 할 말이 조금 있어 동료 의사들과 나누고 싶어 시작한 글이 쓸 데 없이 길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현재의 의료법 개정안의 독소 조항은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병원에서 봉직하고 있는 우리 의사에게도 나쁜 것입니다. 단지 병원 소유 자본과 민간보험 자본만을 살찌울 법안입니다. 우리의 이해는 병원 소유 자본의 이해와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이해는 전체 국민들의 이해와 더욱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본의 이해에 살짝 동의해 주는 것을 넘어, 이제는 적극적으로 이들을 도와주려 나서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병원협회와 달리 이러한 독소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해야 합니다.

2007년 6월

뜨거운 여름, 병원 진료실에서 한 봉직의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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