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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봐야 제 맛 <에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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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봐야 제 맛 <에비타>
  • 의약뉴스
  • 승인 2006.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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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해선 연기와 김선영 노래, 함께 즐길 수 없을까
▲ 가난한 이들의 수호자였지만 때로는 민중 선동 정치가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에바 페론의 굴곡진 삶을 다룬 뮤지컬 <에비타>

모 일간지에서 올해 연말 막을 올리는 <명성황후>와 <에비타>의 공연을 두고 ‘비운의 국모이야기 맞대결’이라는 기사 제목을 선정해 흥미롭게 봤다.

가난한 이들의 수호자였지만 때로는 민중 선동 정치가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에바 페론이 세상을 떠난 것은 1952년이다.

그러나 지금도 아르헨티나의 빈민 주거지역에서는 그녀의 초상화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에비타’에 대한 데스카미사도스들의 사랑은 가히 절대적이다.

뮤지컬은 그녀의 굴곡 많은 삶을 극화했다. 특히 혁명가 체 게바라를 내세워 에비타에 대한 가장 통렬한 비판가로 대비시키는 무대적 상상은 흥미롭다(원래 체의 활동무대는 아르헨티나가 아닌 쿠바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그의 등장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깔끔한 음악적 감각을 통해 세련되게 작품에 녹아든다.

우리 무대에서는 체 역의 남경주도 흥미로웠지만 사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요즘 ‘잘 나가는’ 두 여배우, 배해선과 김선영이 공동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조승우를 뮤지컬 스타로 등극시킨 작품이 남자 주연을 가장 돋보이게 한다는 ‘지킬 앤 하이드’였다면, ‘에비타’는 여자 주연을 가장 두드러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절반의 성공이 될 것 같다. 욕심 많고 앙칼진 이미지에서는 배해선이 좋았지만, 음악은 단연 김선영 특유의 창법이 돋보였다.

둘을 하나로 섞는다면 어땠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이 들 만큼 두 여배우는 서로에게 아쉬운 부분을 따로 지니고 있다. 이번 한국 공연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두 번은 극장을 찾아야할 것 같다.

여러 무대표현을 뒤섞은 실험은 평가할 만하다. 사실 <에비타>의 초연 무대는 해롤드 프린스가, 최근 등장한 뉴 버전은 마이클 그린디지가 연출을 맡아 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한국 공연은 기본적으로 뉴 버전의 틀을 빌어 왔지만 다시 초연 장면을 교묘하게 뒤섞는 파격을 시도했다(예를 들어, 페론이 실력자가 되는 ‘의자 뺏기’ 장면은 초연에만 나온다). <에비타>를 처음 만나는 한국 관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한정된 대관 일정 때문일까, 프리뷰가 없는 탓에 오프닝 첫날 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것은 무척 안타깝다.

음향의 안정감이나 무대의 공간적 활용도 다소 뒤쳐진다. 종합예술인 뮤지컬은 배우를 포함한 모든 제작진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반응할 때 비로소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마케팅적으로도 관객을 모으는 것 뿐 아니라 정식으로 막을 올리면 어느 때이건 관객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적극 배려돼야할 기본 전제이다.

물론 이것이 단지 <에비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산업에서 지속적인 수요의 창출은 안정적인 공급에 기인한다. 우리 뮤지컬 관계자들도 관객을 위해 공연의 질적 수준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의 보완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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