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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을 보면 'M18' 대인지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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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을 보면 'M18' 대인지뢰가 생각난다
  • 의약뉴스
  • 승인 2006.07.1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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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더덕을 짜르면 가운데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물이 가득차 있다.어떤 이들은 이 물이 산삼 보다 더 한 약효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벌써 20년이 지난 세월의 일이지만 어제일 처럼 기억이 또렷하다.

아마도 내가 상병 때 쯤 였던 것 같다. 계절은 봄 정도 였을 것이다. 이등병 시절 더덕의 '더' 자도 몰랐던 내가 상병이 되니 스쳐 지나가는 더덕의 옅은 향기에도 쉽게 더덕을 찾을 수 있을 지경이 됐다.

누구나 상병쯤 되면 더덕 귀신이 됐다. 그도 그럴것이 최전방 지역의 철책 언저리에서 근무하다 보니 먹을 것이 신통치 않았다. 더덕은 군것질 거리로 최고 였다.  껍질 벗긴 더덕을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은 일품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당시는 대학생교육대라는 것이 있었고 대학 2학년 생들은 전방의 부대로 가서 교육을 1주일 정도 받아야 했다.  그 학생들을 GOP를 지나 GP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조교 임무를 할 때다.

학생들에게 더덕 맛을 보여 주고 싶었다.  당시는 겁이 없던 시절이라 '지뢰'라는 붉은 경고판도 쉽게 무시했다. 소로길만 잘 이용하면 별 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덕을 찾다 나는 그만 넘어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더덕은 지천에 널려 있었다.  좀 거짖말을 보태면 대검 자루 만한 더덕을 한 30분 만에 20여 뿌리 캔 것 같았다. 나는 흡족했고 학생들이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잠시 나는 담배를 피면서 휴식을 취했다.  아뿔싸. 담배불을 바닦에 비벼 끄면서 나는 교육할 때 보았던 M 18 대인 지뢰의 삼각뿔을 보고 만 것이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대인지뢰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나는 터지는 순간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벌벌 떨렸다.  주변을 살펴 보니 한 두발이 아니었다. 조금 아래 떨어진 곳에는 발목을 짜른다는 발목 지뢰도 보였다.

더덕에 이끌려 순찰로를 벗어나 너무 깊숙이 들어온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곧 이성을 되찾고 배운대로 나무를 이용해 탐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발 한발 앞으로 전진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흘렀을까. 나는 산책로를 찾았고 깊은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전투복은 땀으로 흠뻑 젖었는데 그 와중에도 자루는 꼭 쥐고 있어 더덕을 온전히 부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는 더덕은 아쉽게도 자연산이 아니다. 재배한 더덕은 야생에 비해 향기도 떨어지고 맛도 떨어진다.

시골에서 우연히 더덕을 발견하고 그 때를 회상했다.  물론 나는 제대할 때까지 '지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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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 2006-07-11 14:28:24
놀랍소.원래 더덕은 사람이 손길이 덜 닿을 만한 곳을 찾아서 숨기 대문에 지뢰밭에 있다는 이야기에 동감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