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의사 수급 부족을 두고 한의협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한의사에게 2년간 추가교육을 실시해 의사 면허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인력들이 의무적으로 지역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자는 것.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는 30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한의사 추가교육을 통한 의사 부족 조기 해결방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의협의 제안은 공공의료분야 의사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한의사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지역 공공 필수 한정 의사 면허제도 신설 ▲2년의 추가교육실시로 의사 면허 전환 후 지역공공의료기관 의무 투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의협은 이 같은 제안의 배경으로 2023년 기준 공공의료기관 근무 의사가 2427명(기관당 10.9명)이 부족하며, 내년(2025년)에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생 수업 거부, 전공의 파업 등으로 신규 배출 의사 수가 대폭 감소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의대 정원을 늘려도 6~14년 뒤에야 효과를 볼 수 있어, 당장의 의사 수급난을 해결할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한의협의 지적이다.
반면, 2년 추가 교육을 받은 한의사들에게 의사면허를 부여한다면 빠르게 의사를 수급할 수 있다는 것.
다만, 이들을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유사한 방법으로 공공의료기관 및 필수의료에 종사하도록 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이 모두 개설된 ▲경희대학교 ▲원광대학교 ▲동국대학교 ▲가천대학교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등 5개 학교를 대상으로 2년간 연간 300~500명의 한의사 출신 의사를 배출하자는 것.
이들이 국시 통과하면 의사면허를 부여하고, 응급의학과, 소아과, 외과 등 필수의료과목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후에 의무적으로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거나 필요시에는 공공의료기관에 즉시 투입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의협은 이 같은 제안의 배경으로 한의과대학과 의과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이 75%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의과대학에서도 해부학, 진단학, 영상의학, 방사선학 등 교과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고, 한의진료과 중 안과ㆍ이비인후과ㆍ내과ㆍ침구과ㆍ피부과ㆍ신경정신과ㆍ재활의학과 교육에 현대 진단의료기기 실습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
이미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으며, 실례로 러시아에선 한의대 학위를 현지 의대 학위(6년제)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한의협의 설명이다.
국내 한의대 졸업생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립의과대학 본과 4학년에 편입한 사례도 있는데, 타슈켄트 국립의과대학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해외의과대학 목록에 포함되어 있어 이 학교 졸업생은 국내 의사국가고시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대만은 2012년까지 8년제 중ㆍ서의 이중전공과정을 운영해왔으며 2013년 이후로는 1년을 단축해 7년 교육과정의 이중전공과정을 운영하, 중의학교육 5년 외 2년의 서양의학 교육 이수 시 의사 면허시험응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윤성찬 회장은 “의대 정원을 확대해 의사를 충원하기 위해선 적어도 6~14년이 필요하지만, 한의사를 활용할 경우 최대 2년의 추가교육으로 4~7년을 앞당겨 의사 수급난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사 공급 대비 조기에 의사 부족을 일정 부분 해소해 의대 정원 증원 폭을 500명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이는 의료계-정부 간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제안을 정부와 여야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윤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에 한의협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돼 있는데, 한 직역의 정원이 늘어나면 다른 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의료대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하는데, 여ㆍ야ㆍ의ㆍ정 외에 한의사 대표까지 포함한 협의체로 확대 운영해야 하며, 의사들의 사정을 그나마 알고 있는 한의사가 들어가야 의사와 정부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