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료센터가 단축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와 정부의 인식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가운데 4명이 사직서를 제출, 불가피하게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만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22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운영하며, 이른 시일 내 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응급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정책 추진 이후 발생한 응급의료인력 부족의 어려움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응급환자와 가족들의 걱정과 불안, 불만에 마음깊이 공감하며 응급의료 현장을 힘겹게 지켜 왔다”면서 “(그러나) 일부 권역응급의료센터, 대학병원, 종합병원 응급실, 응급의학과 교수(전문의)들마저 격무에 시달려, 24시간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 응급의료가 무너지게 둘 것인가”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를 위한 지원을 상시화,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실 파행이 우려할 만한 케이스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확인해 보니 셧다운은 아니고 단계별로 정상화 플랜을 가지고 기능을 유지한 채로 추가채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원래 있던 전문의 중 일부가 다른 병원으로 갔는데 신규로 전문의 채용 과정에서 병원 경영측과 기존 전문의 간에 처우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는 17일 응급의료 붕괴에 대한 대통령실의 인식을 질타하는 입장문 발표했다.
의협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은 국민 생명을 뒷전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통령실의 처참한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힐난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응급실의 응급의학과 교수 및 전공의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지쳐 24시간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현재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는데도 ‘우려할 만한 케이스 아니다’라는 정신승리식 발언으로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의료사태 해결의지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자기기만적인 태도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협은 “응급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려내는 최전선”이라며 “응급의학과는 법적 리스크와 높은 근무 강도로 인해 특히 기피되는 과로, 이번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인해 응급의료현장의 어려움은 더욱더 심해진 상황에도 응급실 의료진들은 불안해할 국민들을 위해 과중한 업무를 견디며 힘겹게 의료현장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응급실이 붕괴되지 않도록 응급의학과는 수차례 정부에게 응급의료를 위한 지원을 호소했지만, 정부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직 의대정원 증원만을 위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비과학적인 의대정원 증원 정책 강행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수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근본적인 해결은 뒤로 한 채 땜질식 처방만을 진행하거나 지금처럼 문제없다면서 의료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무리한 정책 추진의 결과는 명실상부한 한국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지역ㆍ필수의료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자각해야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무책임한 태도를 멈추고, 지금이라도 전공의 및 의대생들이 바라는 바를 수용해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힘쓰길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