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수련병원들이 아직까지 복귀나 사직여부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대 교수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수련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란 우려로, 임기응변식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수련병원 원장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7월 15일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각 수련병원들은 17일까지 결원 규모를 확정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공의들의 응답율은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서울대병원은 16일,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사직서 수리 시점은 7월 15일, 사직 효력은 2월 29일로 한다는 ‘사직 합의서’를 발송했다.
이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대병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정부 지침대로 사직 처리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만류했다.
강 위원장은 “개인의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일괄 사직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전공의와의 사제 관계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수들은 전공의가 사직을 희망하는 경우 2월 29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 지시대로 6월 4일 이후로 일괄사직이 처리되는 경우 다수의 교수들이 사직하겠다 한다”고 전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교육부는 16일 자정까지 복귀나 사직여부에 대한 답을 주지 않을 경우, 1년차는 임용등록 취소, 2년차 전공의부터는 7월 15일 자로 사직처리를 하겠다는 문자를 발송했고, 강릉아산병원은 무응답 전공의들에게 7월 15일 자로 사직 처리됐다고 16일 통보했다.
반면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은 16일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수련병원 교수 대표 모임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전공의 사직서 처리, 필수 의료, 전문의 중심병원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단체는 “보건복지부는 수련병원 원장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7월 15일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ᆞ사직 여부를 확인해 결원을 확정하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을 신청하라고 요구했지만 개별 전공의들의 응답률은 매우 미미하다”며 “미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 결정은 병원마다 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 안내문의 전공의 사직 처리 관련 공문은 행정절차법 제2조 제3호에 규정된 ‘행정 지도’에 불과한 것으로 부당하게 강요될 수도 없고, 따르지 않는다고 불이익 조치를 할 수도 없다”면서 “사직서 처리 및 수리 시점 등은 일방적으로 결정될 것이 아니라 개별 소속 전공의들과 충분한 논의 후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지부의 압박과 회유 속에서도 사직 처리를 하지 않거나, 사직 수리 시점을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 병원장들의 현명한 선택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앞으로도 수련병원장들은 필수 의료, 미래 의료의 주인공인 소속 전공의들을 보호하는 막중한 책임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대형 상급종합병원 원장들은 책임이 더 막중하다”며 “복지부의 부당한 행정 지도를 따를 것이 아니라, 전공의의 권리를 보호하고 환자안전과 우수한 의료인력의 양성에 이바지함(전공의법 제1조)을 목적으로 하는 전공의법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과정의 꼼수들을 따르다 자칫 소속 전공의들을 수련병원에서 더욱 멀어지게 함으로써 필수 의료 몰락으로 이어지는 패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수 개월 만에 필수 의료의 근간인 수련병원 시스템이 모조리 흔들리고 있다”며 “그동안 전공의의 낮은 임금으로 연명해왔던 수련병원이 전문의 중심병원을 운영할 재정적 여력이 없음을 고려하면 전문의중심 병원’구상은 비현실적 환상이고 임시방편 땜질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양질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면서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임기응변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며, 대책의 출발점은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주의대 비대위도 입장문을 통해 “지금이라도 정부는 2025학년도 증원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려여 한다”며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해 사과하고 합리적인 적정 의사 수 추계와 그에 따른 의대 정원 배정을 다시 실시해 2026학년도부터 적용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