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임신 36주 낙태 브이로그 영상에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유튜버 A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임신 36주차 상태에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영상은 ‘낙태 브이로그’ 등의 이름으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확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계도 우려를 표명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16일 성명을 통해 “임신 36주에 임신중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유튜버의 영상에 대해 경찰의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며 “사실일 경우, 임신중절수술을 실시한 의료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고, 전문가평가단 등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강력한 징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2019년부터 전문가평가단을 운영해 비윤리적, 불법적 의료진을 자체 징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약 5년 동안 72건의 자체 징계를 내린바 있다.
다만 의사회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유튜브를 이용한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거짓 사실로 국민을 호도하고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를 무너뜨림으로써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문지호)도 성명을 냈다. 이들은 “오늘날 생명윤리의 위기는 우리 사회의 주요 주체들이 보여주는 나태함ㆍ극단주의를 비롯한 집단의 자율성과 및 규율 상실의 결과”라며 “생명윤리의 가치가 더이상 붕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회는 이번 사안을 ‘낙태 관련 법안의 공백으로 인한 윤리적 혼란’으로 규정했다.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연구회는 “현재까지도 대안입법이 이뤄지지 못한 채 우리나라는 5년 이상 비윤리적인 낙태 행위에 대해 어떠한 법적제제도 불가능한 무법지대로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을 내린 재판관 7인은 전면적, 일률적으로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ㆍ출산을 강제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통해 기존 낙태에 대한 처벌 조항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동시에 임신 22주 이후 태아가 독자적 생명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부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장돼 태아의 생명, 실질적으로 한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법 개정이 방치된 사이, 일부 정치적 편익에 몰두한 국회의원들은 지지 세력의 극단적 관념에 기대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에 어긋난 임신 기간과 무관한 전면적 낙태 허용 등의 입법을 추진하는 등 오히려 사회적 합의의 어려움 가중 및 실질적인 입법 방해에 앞장섰다”고 규탄했다.
이에 연구회는 “정치권과 의료계ㆍ시민사회가 더 이상 낙태 관련 입법을 늦출 수 없음을 절실히 인식하고 속히 행동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잘못된 법안이 남발돼 더 큰 혼란과 가치 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보편적 시민 윤리의식과 의료전문가의 의견에 대한 수렴 과정을 기반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건전하고 보편적인 윤리의식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진의 낙태 행위와 관련한 무거운 책임을 의료계가 함께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도 내놨다.
연구회는 “의료전문가들은 낙태 행위와 관련해 태아의 생명권 침해ㆍ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보호를 비롯해 의료인의 자율과 책임ㆍ생명윤리의 현실 적용 등 무거운 책임을 진 당사자”라며 “의료진의 인식에 대해 전 의료계가 책임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임신 36주 낙태 브이로그’ 영상에 대해 수사 진정을 접수했으며, 이에 경찰청은 엄중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