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료계가 김윤 의원의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에 의혹을 제기했다.
무분별한 비의사 의료행위를 촉발할 수 있는 법안으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보건의료인력 간 업무범위 설정 과정에 각 보건의료직역, 시민대표, 전문가가 참여하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어 업무조정위는 보건의료인력의 면허와 자격에 대한 업무범위, 보건의료인력 간 업무 조정, 협업체계 구축, 업무범위 유권해석, 업무범위 분쟁조정 신청, 분과위원회의 심의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도록 했다.
아울러 업무조정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운영위원회를 두고, 운영위가 보건의료서비스 영역별 분과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분과위에서 중재가 되지 않을 경우 운영위에서 중재하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보건복지부가 수립하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에 보건의료인력 업무 조정에 관한 사항도 추가해 업무조정위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보건의료인력 간 모호한 업무범위 경계로 생긴 불필요한 갈등을 정부가 오랫동안 방치해 왔다”며 “서로 중첩되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조정, 진료지원 업무 갈등 없이 확충하기 위해 이를 조정하는 법적 체계가 담보돼야 한다”고 법안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이 법안이 기존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법안 발의 취지에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바른의료연구소(소장 윤용선)는 이 개정안에서 규정한 업무조정위원회의 인적 구성 상 전문성이나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보건의료 분야 업무와 관련된 사안은 철저하게 전문가 집단의 판단에 맡겨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고, 파생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결정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소는 보건의료인력 지원법 개정안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법안을 준비하면서 14개 보건의료 직능단체(간호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방사선사협회, 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안경사협회, 약사회, 응급구조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작업치료사협회, 치과기공사협회, 치과위생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의견을 모았으나 의사단체는 빠져 있다는 것.
연구소는 “법안을 준비하면서 보건의료인 업무조정이 의사들이 반대하는 방향으로, 불법 PA 의료행위 합법화와 한방에 의과의료기기 및 의약품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비의사 보건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가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식으로 흘러가게 될 것”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업무조정위원회는 보건의료인들이 행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지도와 감독 의무를 의사에게 부여하고, 의료 분쟁 발생 시 법적인 책임을 의사가 지도록 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책임까지 의사가 져야 한다면 의사들은 결국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윤 의원의 입법은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해 온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기에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며 “특히나 무분별한 업무조정을 통한 보건의료인들에 대한 의료 행위 허용으로 의료 질 하락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비양심적 사이비 의료까지 조장될 가능성도 높다”고 경고했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 역시 김 의원의 법안에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내과의사회는 입장문을 통해 “위원장은 차관이고 나머지 위원들은 장관이 임명ᆞ위촉해 보건복지부의 하부 조직이 각 직역간의 갈등발생의 소지가 있는 중요한 업무를 관장하겠다는 것으로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히 의심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위원회 위원으로 보건의료 인력단체 추천인 외에 노동자ㆍ시민ㆍ소비자단체 추천인, 공무원, 기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을 포함시켰다”며 “개정안에 따라 비의료인이 위원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면 이들은 정부 당국의 거수기에 불과할 뿐, 이는 곧 위원회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행위는 환자에 대한 진단ㆍ치료ㆍ예방ㆍ재활 등 다양한 범주에 걸친 복잡한 일련의 행위로서 하나의 포괄적 정의로 규정하기 어렵다”며 “법률에서 그 면허와 자격 등에 따라 과도하게 구체적인 범위를 조정하게 되면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의료인의 재량권이 제한되고 전문가로서의 자율성이 침해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의료법에서조차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의료행위의 정의와 그 업무의 조정을 개정안은 행정부 산하 일개 위원회에 심의ㆍ의결 권한을 부여했다”며 “이는 결국 국민의 건강추구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포괄적 위임을 추구하기에 명백히 위헌적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실례로 의사회는 “지금도 한의사들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과 같이 일부 보건의료 직역들이 의사의 업무 범위를 심심치 않게 침탈하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은 이를 방조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초음파 진단기기나 미용 의료기기의 사용, 도수치료 및 물리치료 등 의료행위를 행하는 주체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기존의 의료 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