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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사 수급계획, ‘문가 중심으로 점진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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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사 수급계획, ‘문가 중심으로 점진적 추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4.06.12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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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이상규 이사...숫자에 매몰된 우리나라 아쉬워

[의약뉴스] 최근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의-정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일본의 사례를 두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숫자에 매몰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전문가 중심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논의를 진행했으며, 무엇보다 미래 의료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설정했다는 지적이다.

▲ 이상규 이사.
▲ 이상규 이사.

대한의학회 이상규 기획조정이사는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일본의 의사 수급 정책 진행 과정과 시사점’이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와 지역소멸, 노동 형태의 변화 등을 경험하며,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인식, 후생노동성 주도로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심도있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1970년 일본 정부는 1980년까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1.5명으로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정하고, 1972년 내각의 결정으로 ‘1현 1의대 구상’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의대 정원은 점진적으로 증가돼 8220명이 됐고, 1983년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도 1.5명에 도달하게 됐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의사 과잉 공급이 예상되면서, ‘미래 의사 수급에 관한 검토위원회’는 1986년 향후 의사 과잉이 예상된다며 의대 정원 감축을 결정했다. 정원 감축도 점진적으로 진행돼 2003년까지 7625명으로 655명 줄였다.

2005년에는 후생노동성에 설치된  ‘의사 수급에 관한 검토회’에서 전체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지만 산과나 소아청소년과 등 특정 진료과와 특정 지역에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신 의사 확보 종합대책’(2006년), ‘긴급 의사 확보 대책’(2007년)이 발표됐고 의사가 부족한 지역을 위한 지역정원제가 도입돼 의대 정원이 늘었다.

의대 정원은 2019년 9420명으로 다시 늘었다. 하지만 검토회 산하 의사수급분과회가 오는 2028년이나 2033년경 의사 과잉 공급을 예측하면서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

이상규 이사는 “일본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진료과 의사 부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의사 양성에는 중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의대 진학자가 늘어나면 다른 영역의 인력 부족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에 의료인력 수급에 관한 검토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의사수급분과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의사수급분과회는 2025년 12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2022년 1월까지 40회의 회의를 진행, 의사 인력 수급에 관한 심도있는 검토와 정책 제언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 “분과회에서 논의된 주요 사항을 살펴보면, 의사양성 수와 의사 수급 체계를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며 “수요 및 공급 추계 방법론을 적용, 분과회 운영기간 동안 수차례 수급 추계를 실시했고 이를 적극 정책에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 지역의 의료 수요에 맞는 의료제공 체계를 구축해 의료자원의 최적 배치를 실현하는 의사 편재 대책도 심도를 기울여 논의했다는 것이 이 이사의 설명이다.

이 이사는 “의사가 지역에 머무르도록 지역의료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해 의사의 경력 형성을 지원하고 배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의료근무 환경 개선 지원센터’를 통해 의사가 적은 지역의 근무 환경을 정비하고 그 지역 근무 의사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높이는 대책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또 “지역에 따라 인구의 연령 구성과 남녀 비율이 다르며 연령과 성별에 따라서 진료율은 차이가 있는데, 의사 수에 대한 논의에서 사용되는 인구 대비 의사 수는 이를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에 의료 수요, 인구 구성ㆍ변화, 의사편재 단위, 환자 유입ㆍ유출, 의사의 성별과 연령, 지역의 지리적 조건 등을 고려한 의사편재 지표도 개발해 의사가 다수인 지역과 소수인 지역을 설정하는 등 구체적 대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 사례는 현재 우리나라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이 지향하고자 하는 미래 의료의 모습에 대한 큰 그림을 우선 설정했다”며 “어떤 나라의 의사 숫자는 그 나라가 운영하는 의료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중심 의료체계인 나라에서는 의사가 공무원과 유사하며 많은 의사 인력을 필요하지만, 한국과 일본처럼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서는 의사의 생산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적은 수로도 의료체계가 유지된다”며 “적정한 의사 수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향하는 의료체계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숫자에 매몰돼 있는 현재의 우리 상황은 많은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고 토로했다.

또 “일본의 의사 수급 정책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진행됐다”며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했고, 후생노동성 공무원들은 위원회 진행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의료 전문가인 의사 중심 위원 구성은 마지막까지 유지됐으며 위원들 외에도 수많은 전문가를 참고인으로 회의에 참석시켜 다양한 의견을 듣도록 노력했다”며 “더욱 주목할 점은 6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지속적으로 자료를 검토하고 논의를 정교화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의사수급분과회가 진행한 모든 회의는 녹취 수준의 회의록과 의제, 관련 자료가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된다”며 “이런 투명성으로 인해 자료를 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분과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발언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한 나라의 의료는 그 나라가 거쳐온 역사와 제도의 산물로, 모든 사람은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의료를 이용하게 되기에 의료는 모든 국민과 연관된 문화이기도 하다”며 “문화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데 작금의 급격한 변화가 우리나라가 의료보험제도 도입 이후 40여 년 동안 형성해 온 의료체계와 의료문화를 송두리째 무너뜨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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