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in 시카고]
연타석 기립박수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가 비소세포폐암에 이어 소세포폐암에서도 항암방사선 공고요법의 가치를 입증했다.
앞서 임핀지는 절제 불가능한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PACIFIC 3상 연구에서 면역항암제 중 최초로 항암동시방사선요법 후 1년간의 공고요법으로 예후를 개선, 3기 폐암의 표준요법으로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지난 31일 개막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 2024)에서는 PACIFIC 연구의 한계를 파고든 표적치료제(TKI)들의 공세가 거셌다.
PACIFIC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임핀지 공고요법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EGFR 및 ALK 변이 환자에서 표적치료제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것.
타그리소는 EGFR 양성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항암방사선요법 후 공고요법으로 최적지지요법 대비 예후를 개선한 LAURA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ALK 양성 3기 폐암에서는 리얼월드 연구에서 ALK 표적치료제들이 임핀지 공고요법을 상회하는 치료 성적을 제시했다.
반면, 임핀지는 비소세포폐암을 넘어 소세포폐암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수술 불가능한 제한병기(1~3기) 소세포폐암 환자에서 항암동시방사선 요법 후 공고요법을 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했다.
2일, ASCO 2024 플레너리 세션을 통해 공개된 ADRIATIC 3상 연구에서 임핀지는 제한병기 소세포폐암 환자의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까지 개선, 화제를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ADRIATIC 연구 발표 직전, 같은 자리에서 LAURA 연구를 통해 한 차례 기립박수를 받았던 아스트라제네카는 더 큰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으며 한 자리에서 두 연구로 연속 기립박수를 받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 연구는 절제 불가능한 1~3기 소세포폐암 환자 730명을 항암동시방사선요법 후 임핀지와 이뮤도(성분명 트레멜리무맙, 아스트라제네카) 병용요법, 임핀지 단독요법(임핀지+위약), 위약(위약+위약)군에 1:1:1로 무작위 배정, 최대 24개월까지 공고요법을 시행했다.
이 가운데 2일 발표된 중간분석 결과는 임핀지 단독요법군과 위약군을 비교했으며, 중앙 추적관찰기간은 전체 생존율 분석이 37.2개월, 무진행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 PFS) 분석이 27.6개월이었다.
이 가운데 1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임핀지군이 55.9개월(95% CI 37.3-NE)로 위약군의 33.4개월(95% CI 25.5-39.9)을 크게 상회했다.
24, 36개월차 전체생존율은 임핀지군이 68.0%와 56.5%로 위약군의 58.5%와 47.6%를 상회, 사망의 위험은 27%를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HR=0.73, 95% CI 0.57-0.93)
또다른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도 개선했다. 임핀지 투약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16.6개월(95% CI 10.2-28.2)로 위약군의 9.2개월(95% CI 7.4-12.9)을 크게 상회,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을 24% 낮춘 것.(HR=0.76, 95% CI 0.60-0.95, P=0.0161)
18, 24개월차 무진행생존율은 임핀지군이 48.8%와 46.2%로 위약군의 36.1%와 34.2%를 상회했다.
이러한 임상적 이득은 사전에 지정한 하위그룹 전반에 걸쳐 일관된 양사을 보였으며, 안전성에 있어서는 이전에 임핀지에서 보고된 이상반응 양상이 유지됐다.
이와 관련, 연구의 주 저자인 사라 캐넌 연구소 대이비드 스피겔 교수는 “이 연구는 제한병기 또는 전이되지 않은 소세포폐암에서 면역항암요법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실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청중들은 ADRIATIC 연구의 주요 평가변수들이 공개될 때마다 박수갈채를 보냈고, 발표가 마무리된 후에는 기립박수와 환호로 찬사를 보냈다.
삼성서울병원 안명주 교수 |
"소세포암 치료에 의미있는 성과”
소세포폐암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표적치료제가 쏟아지고 면역항암제와 이중특이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까지 새로운 기술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폐암의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폐암분야의 발전은 비소세포폐암에 국한되어 있었다. 1년을 넘기 힘들었던 무진행생존기간이 암종에 따라 5년을 넘어서는 시대가 된 것. 반면, 소세포폐암은 거의 발전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소세포폐암 환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하지만 환자가 줄어들면서 치료제 개발은 더디게 진행됐다. 이 가운데 최근 면역항암제와 이중특이항체를 중심으로 소세포폐암에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임핀지는 ADRIATIC 연구를 통해 최초로 제한병기 소세포폐암의 치료 성적을 개선해 화제를 모았다. ADRIATIC 연구가 발표된 학술대회 현장에서 만난 삼성서울병원 안명주 교수는 소세포폐암에 전반에 걸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아주 공격적인 암으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3개월,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10개월 이상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제한병기라 하더라도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면서 "그나마 최근에는 유병률이 줄어서 과거에는 폐암의 30% 정도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12~15% 정도로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면역항암제가 좋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최근 델타-유사 리간드 3(Delta-like ligand 3, DLL3)을 표적하는 이중특이항체들이 확장병기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안명주 교수 역시 지난해 NEJM에 암젠의 델타-유사 리간드 3(DLL3) 표적 이중특이성 T세포 관여항체(BiTE) 탈라타맙을 통해 확장병기 소세포폐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을 개선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직까지 비소세포폐암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소세포폐암에서도 임핀지가 확장병기에서 CISPIAN 연구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등 면역항암제들이 조금씩 전진하고, 이중특이항체 등 신약이 등장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 교수는 "1980년대 이후 진전이 없던 소세포폐암 치료에 최근 새로운 신약 옵션들이 연이어 효과를 입증, 전반적인 폐암 생존률 향상도 기대되고 있다"며 "특히 더발루맙 공고요법은 새로운 치료 옵션이 전무했던 제한기 소세포폐암에 의미 있는 성과로, 이를 통해 임핀지는 확장 병기에 이어 제한 병기에까지 소세포폐암 전반에서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옵션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