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자정을 넘어서까지 진행된 밤샘 수가협상 끝에 치과와 한방, 약국 등 3개 유형은 협상을 타결했지만 의원과 병원은 끝내 결렬됐다.
5월 31일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시작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단체간은 수가협상은 6월 1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마라톤 협상 끝에 가장 먼저 협상 도장을 찍은 건 치과 유형이었다. 치과를 대표해 협상에 임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31일 밤 최종협상을 마치고 타결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상률은 지난해와 동일한 3.2%로 알려졌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수진 보험이사는 “건보공단이 연구 용역을 토대로 추가소요재정(밴드)를 크게 잡을 계획이 없다고 먼저 밝혔고, 초기부터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한다고 밝혔다”며 “아쉬운 감은 있지만 작년과 동일한 수치여서 더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재정소위가 추가로 열리기도 했지만 3차 협상 처음부터 그런 일은 없고, 되더라도 추가소요재정이 다른 쪽으로 가는 일은 없다고 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는 가능하면 12시 안에 끝낼 수 있도록 합리적이면서 효율적으로 하자 했다”고 설명했다.
치협에 이어 타결된 유형은 한방으로 3.6%의 인상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 유형 수가협상단을 맡고 있는 대한한의사협회 정유옹 수석부회장은 아쉬운 수치지만, 더 이상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재정소위가 한번 더 열려도 지금 결정이 더 바뀔 건 없다는 판단으로 도장을 찍었다”며 “이미 타결 및 결렬한 유형도 있기 때문에 합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록 “만족할 수치는 아니지만, 노인정액제 개선 등 한의협의 현실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 타결된 유형은 지난해 결렬을 선언한 약국이었다. 대표로 수가협상에 나선 대한약사회 박영달 부회장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부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 맞춰지려면 밴드 총량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지난 소통 간담회에서 공급자들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했음에도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지난해보다는 인상이 됐지만, 회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가 끝나고 약국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2022년도에는 19.2%, 2023년에는 10.9%로 조재료가 상승했고, 이에 따른 인건비, 관리비 등도 계속 증가한데다, 품절약으로 인한 재고부담, 카드수수료 등이 수익을 많이 잠식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수가가 많이 인상돼야 하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협상단은 최선을 다했고, 회원들의 어려움을 보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협상 타결된 유형이 있는 반면, 협상 결렬 소식을 알린 유형도 있었다. 가장 먼저 협상이 결렬된 유형은 지난해에도 결렬을 선언했던 의원이었다.
의원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임한 대한의사협회는 31일 3차 협상을 마치고 나온 뒤, 바로 결렬을 선언했다.
건보공단이 초기에 수가 인상률 1.6%를 제시한 후 1.9%까지 인상했지만, 0.2%의 인센티브를 두고 사실상 행위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이라고 판단, 결렬을 선언했다는 전언이다.
의협 최성호 수가협상단장은 “어제 전국 각지에서 1만여 명 의사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정부가 한국 의료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는 목소리를 냈다”며 “그럼에도 수가협상을 통해 다시 한번 의료사망 선고, 특히 의사 사망 확인 사살까지 감행한 정부의 악독한 만행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국민건강과 회원권익 보호를 위해 갖은 수치심을 참으며 협상에 참여했으나, 정부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결정과 일방적인 고집불통 수가통보에 다시 한번 분노와 환멸을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건보공단의 일방적 협상 태도를 재차 규탄한다"면서 "앞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의료혼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건보공단과 정부 당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도 “이번 협상은 굉장히 모욕적이고, 말장난에 불과한 협상”이라며 “건보공단과 보건복지부가 의원을 살리겠다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최종 협상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끝까지 차등 적용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 협상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내과의사회 강창원 보험정책단장 역시 이번 수가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은 복지부와 건보공단에 있다고 주장했다.
강 단장은 “건보공단과 복지부에서 조금 더 성의를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책임은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같이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허지현 법제이사는 “우리나라 의료계 1년 살림을 책임지는 수가협상이 이렇게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협상은 결렬됐지만,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국민의 의료와 관련된 모든 절차에 있어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순한 언어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공개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협에 이어, 1일 오전 4시 겨 병원 유형을 대표해 수가협상에 임한 대한병원협회가 결렬을 선언했다.
병원 유형 수가협상단을 맡고 있는 송재찬 부회장은 “부대조건이 있는 1.7%를 제시받았는데, 현 상황에서 부대조건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송 부회장은 부대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거시적인 플랜 하에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우선해서 이뤄져야할 부분”이라며 “환산지수 협상보다는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수가인상률 자체가 병원이 처한 경영난이라든지, 어려운 의-정간 갈등 상황을 타개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회원 병원들, 특히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고, 빠른시일 내에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만족할만한 수가 인상이 이뤄지지 못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