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대 정원 증원 등으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의사들이 촛불을 들고 한국의료의 종언을 고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는 30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의사와 학생 등 1500여명(본지 추산,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참석했다.
임현택 회장은 “정부는 자기들이 대처를 잘해서 의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새로 진단된 암 환자가 치료를 못 받고, 기존에 치료받아 살 수 있던 암 환자들이 병원 사정상 퇴원하라는 말을 듣고, 암 치료도 약제를 본인이 가방에 담아 투약받을 수 있는 병원 찾아 전전하며 고생하는 것이 제대로 된 안정적 대처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정부는 그나마 돌아가던 의료시스템을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선거에 이용하려다 오히려 패망했다”며 “자신들의 치부가 더 드러나서 이게 제대로 된 정부인지, 아니면 하루빨리 몰아내고 새로 구성해야 하는 정부인지 모를 지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14만 의료 전문가 단체의 대표인 저를 잡범 취급을 하며 고발했고, 경찰은 온갖 창피를 주며 사냥개마냥 물어뜯으며 없는 죄도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이는 나치시대 게슈타포나 했던 짓으로, 언제부터 이 나라가 나치, 스탈린 비밀경찰이 날뛰던 전체주의 국가가 됐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여기에 더해 “지금 이 사태의 본질은 정부가 일으킨 의료 농단, 돌팔이 만들겠다는 교육 농단, 암 환자 고려장, 어르신들 돈 많이 드는 진료는 못 받게 해서 일찍 죽게 하겠다는 의료 고려장”이라며 “이걸 의료개혁이라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포장, 국민들을 세뇌하는 건 빨갱이들이나 하던 짓”이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이제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고 선배들이 가장 앞장서서 나서야 한다”며 “저와 함께 개원의, 봉직의들도 환자들을 살리는,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는 이 외로운 싸움에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정부에 경고한다”며 “만약 정부가 계속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겠다면 의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국가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는 자들을 끌어내리는 일의 선봉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의협 대의원회 한미애 부의장은 김교웅 의장을 대신해 ‘한국의료 사망선고에 대한 애도사’를 낭독했다.
한 부의장은 “그동안 대한민국 의료를 지탱해 온 것은 정부의 정책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의사들 개인의 희생과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의료 강국이라고 외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잃어버릴 10년을 걱정한다"면서 "의료계는 ‘한국의료’의 장기 침체가 복원력을 가질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에 자포자기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사들은 이 지점에서 분노하고, 원망하고, 한국의료를 떠나보내며 애도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 밤, 한국의료의 사망선고에 삼가 애도를 표하고, 새로운 한국의료의 재개를 알리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우리는 정부에 공식적인 대화를 다시 한번 정식으로 요청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정책을 정해놓고 들어와서 얘기하자는 정부의 형식적인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의료 개혁의 실체인 필수 의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을 만들 수 있는, 그러한 항구적이고 지속적인 대화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지역의사회장들은 연대사로 힘을 보탰다.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이야기할 때 항상 얘기했던 OECD 나라로 가는 것을 원하는 지, 감기에 걸려도 삼 일에서 일주일 뒤에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에서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OECD 국가로의 변화를 개혁이라고 얘기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1991년대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34년 동안 외과의사로 살았는데, 지금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환자분들이 제게 건네는 말 한마디”라며 “국민들은 아직도 의사 선생님들을 믿고 존경하고 있는데, 그런 따뜻한 국민들의 시선을 되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인천광역시의사회 박철원 회장은 “젊은 의사들, 학생들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는 이들은 누구고, 국민의 생명, 건강권에 비수를 들이대는 이들은 누구인가”라고 정부를 힐난했다.
반면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의 앞에서 가슴 아파하고, 죽음에서 회복한 환자 앞에서 눈물로 감사해하는 전공의들이 있다”면서 “고귀한 생명을 지키며, 숭고한 사명감으로 현장을 지키는 우리 전공의들을 지켜주고 의과대학 학생들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고 과학적 검증을 통한 의대 정원 결정 과정을 반드시 관철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촛불집회에선 ▲국민과 의료계의 대화 ▲의료정상화 촉구 발언대 ▲대한민국 의료 심폐소생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겸보험이사는 국민과 의료계의 대화에서 “밥그릇 지키기라는 표현은 근거 없는 의대정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24시간 환자 곁에서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들에 대한 모독이고 폄훼”라며 “정부는 단순하고 허황된 논리로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하는데, 의사 숫자가 늘면 소위 ‘내외산소’라 불리는 필수의료과나 지역 의료공백지로 갈지 의문”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순히 의사가 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마냥 근거없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필수의료 확충 및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대정원 확대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응급이 아닌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방문하는 비율이 높다”며 “응급환자를 분류해 상황에 맞도록 의료기관에 후송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응급실의사가 아무리 늘더라도 중증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맴돌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응급의료 이송시스템 및 응급의료 인프라 개선 없이는 의대 정원 숫자를 제아무리 늘려도 응급실 과밀화로 인한 뺑뺑이 사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 의료진에 대한 과도한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의료인력 미래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공의 수련 및 열악한 근무환경과 저수가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국민건강 사망 의학교육 사망 ▲무너진 의료정책 국민도 의사도 희망없다 ▲고집불통 의대증원 대한민국 의료사망 등의 구호와 함께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마지막으로 임현택 회장은 촛불집회를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싸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임 회장은 “정부는 의료개혁에 거액을 쓰겠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 정작 의료현장을 살리는 수가 정상화엔 어떤 생각도 없다”며 “내일 끝나는 수가 협상에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국물도 기대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는 아이들 목숨, 임산부 목숨, 암 환자 목숨, 어르신들 목숨에 정부는 관심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사직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취급했고, 법무부와 협의해 의사들을 가둘 교도소 공간도 점검한 것으로 안다”며 “검경이 없는 죄도 만들어 의사들의 입을 틀어막고, 의료 농단, 교육 농단, 암 환자 고려장, 어르신 의료 고려장의 의료제도 개편을 개혁이란 거짓말로 포장해 이 나라 의료제도를 결단내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자 살리는 것이 죄라면 제가 가장 먼저 감옥을 갈 것"이라며 "14만 의사 모두 저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나아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 교육 농단, 암 환자 고려장, 어르신 의료 고려장을 막는,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하겠다"면서 "교수님들도 기꺼이 동의해 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