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 자료들을 두고 의-정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정부가 충분히 협의했다고 반박하자 의협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맞받아쳤다.
정부가 공개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관련 자료에서 증원의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주장은 13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대한의학회의 기자회견에서도 나왔다.
이 자리에서 전의교협과 의학회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 제출 자료에 대한 과학성 검증을 진행한 결과, 정부의 근거가 매우 빈약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자료를 검증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수천 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가 다였고, 기존 보고서 재탕 외에 재판부가 석명으로 요청한 증원을 결정한 새로운 객관적인 용역이나 검증도 전무했다”며 “정부는 수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2000명을 증원한 근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됐다며 시급하게 진행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언급된 것이 증원 관련 회의의 전부라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13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 및 다양한 이해관계단체와 충분히 협의했고, 의대 증원 규모는 숫자만 단독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증원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장래 의사수급 전망(2035년 1만명 의사부족)은 3명의 추계 전문가가 각기 독립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전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계 결과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와의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4차례 회의를 가졌고, 별도의 수급추계 전문가 공개포럼을 통해 논의했다”며 “그러나 의협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말만 반복했고, 이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의대 증원 발표 전인 1월 15일에는 의협 등에 적정 의대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지만, 의협은 이를 외면했다”며 “의대정원 확정에 앞서 2월 1일 의료개혁 4대 과제 발표시에 2035년 1만 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천명했기에 의료계도 증원 규모를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에서도 의사부족 추계결과에 대해 논의했고, 2025학년도 증원 규모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 제시 등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이러한 논의를 거쳐 2000명 증원을 결정하게 됐고,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로 확정했다”고 부연했다.
복지부의 해명에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또한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의협은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하는 연구자료의 저자들조차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논문에 담겨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 논문들에는 우리나라 의료제도 개선을 통한 필수의료 의사수급에 대한 해법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 인력양성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신중하고 점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고, 일정 시기 이후엔 의사 인력 초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정부는 이러한 내용들은 고려하지 않고 ‘2000명 증원’이라는 결론에 부분적 데이터를 취사 선택해 근거로서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협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지만, 지난 1여 년간 27차례에 걸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2000명 증원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단순히 회의 개최 횟수를 언급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힐난했다.
심지어 “지난 2월 2000명 증원을 발표하기 직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3차 회의에선, 일방적 발표에 대해 비판하고, 2000명이라는 수치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위원들이 있었던 거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충분한 논의’는 형식적 절차만 맞춘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더해 의협은 정부가 배정심사위원회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료계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보여줬다”고 질타했다.
이에 “독단ㆍ독선적 행태를 보이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로 인해 야기된 의료대란 등 국민의 우려가 하루빨리 사라질 수 있도록 2000명 증원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도 배정심 위원 명단을 즉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건 몰라도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는 회의록은커녕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배정심사위원회 명단을 공개해라. 기자들도 많이 기다릴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