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지난 2월 경선 끝에 제15대 인천시의사회장에 당선된 박철원 회장은 당선 직후 의대 정원 증원 저지에 노력하는 한편, 새로 만들어진 인천시의사회관을 활용해 보다 많은 회원들이 의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부터 3개월여가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만난 박철원 회장은 당선 직후의 마음가짐으로 의사회를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광역시의사회
박철원 회장의 전임은 회원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무려 3차례 연임한 이광래 전 회장이었다.
3연임을 한 회장의 후임으로서 적잖은 부담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이 전 회장이 숙원사업을 마무리지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인천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이광래 전 회장님이 3연임 후 9년만에 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며 “지난 9년간 인천시의사회장으로 일군 성과가 많고 특히 숙원사업인 회관 신축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평했다.
이어 “이번 회장 선거에서 이 전 회장이 마무리한 신축 회관을 이용해 회원들과 적극 소통하고, 회원들이 회관을 많이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캐치플레이스를 내세웠다”며 “다른 지역보다 일찍 고충처리위원회를 시작한 것도 있어, 이러한 부분을 중심으로 미등록 회원들도 의사회에 관심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회장은 당장 주력할 회무를 꼽기에는 현 의료계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떤 회무에 집중하기에는 의료계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지금 의사회의 가장 큰 회무는 사직한 전공의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학술대회나 의사회 행사 등은 기존에 하던 방식이 있으니 큰 문제거 없겠지만, 전공의 보호는 그들과의 소통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이번 사태로 전공의가 의사회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라며 “의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하다 보니 전공의들이 의사회에 대해서, 의사회 회무를 어떻게 추진하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전공의들과의 교류가 많아진 만큼, 의사회에 대한 전공의들의 관심을 지금의 사태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원래는 졸업한 의대생을 대상으로 의사회를 알리는 자리를 만들거나, 전공의들을 회관으로 초대해 인천시의사회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했다”며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려고 했는데, 마침 이번 사태로 전공의들의 의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활동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에 “전공의들이 의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알려주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할 것이고, 특히 전공의를 마친 시점에 집중적으로 의사회를 알리는 홍보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공약 추진 상황은?
박철원 회장은 제15대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주요 공약으로 ▲회원권익보호를 위한 강력한 의사회 ▲24시간 회원 고충상담팀 운영 ▲의사회장 전용 핫라인 개설 ▲언제나 회원이 사용 가능한 의사회관 ▲회원 의견을 반영한 의사회 행사 다변화 ▲신규 회원 참여 행사 추진 ▲인천시의사회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신설 ▲인천시의사회 의료정책연구회 설립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24시간 회원 고충상담팀 운영 및 전용 핫라인 개설과 관련 “구체적인 핫라인을 아직 만들지 않았지만 저와 이호익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연락망으로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며고 발혔다.
구체적으로 “민원 대부분은 병원 내 사고들로, 의료사고나 현지조사, 직원 문제 등 다양하다”면서 “의사회로 접수된 민원에 대해선 고문변호사나 법제이사 등을 통해 바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천시의사회에서 핫라인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로, 시민을 대상으로 만들었는데 당시 4주간 회장이 직접 연락을 받아 민원해결에 노력했다”면서 "앞으로도 메르스, 코로나19 등 국가적 보건의료위기 상황이 대두된다면 핫라인을 만들어 회원 및 시민을 돕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천시의사회 의료정책연구회 설립 및 의료정책 최고위과정 신설 공약에 대해선 “같은 수도권이지만 인천은 서울에서 꽤 먼 거리에 위치해 있다”며 “의협에서 최고위자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천시의사회에서도 앞으로 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해야하는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들은 의료외적으로도 많은 교류를 쌓고, 타 직역을 접해봐야한다”며 “이를 위해 정책연구회가 만들어졌는데, 어떤 형태로 결과물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인천시의사회를 이끌어나갈 인재 육성이라는 의도에서 시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와의 관계는?
박철원 회장은 이번 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집행부에 '소통'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지금 임현택 집행부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과 기대하는 부분이 모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의사라는 직역은 과별, 연령별, 지역별로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다른 직역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소홀하게 대해선 안 된다”며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회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회장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 의료계 최대 현안인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해법으로는 “딱 한 분만 마음을 바꾸면 될 것”이라면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정부와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피력했다.
반면 “이를 이겨내기 위한 투쟁을 하긴 어렵고, 전공의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도와준다고 해도, 이번 투쟁을 이기긴 쉽지 않다”면서 “정부, 특히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번 사태의 끝은 파국”이라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가 잘 끝나도, 파국으로 마무리되어도 전공의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인지를 알 수 없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편, 박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 사태로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천시의사회는 별도로 전공의 생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멘토-멘티 매칭 프로그램’이 바로 그 것”이라며 “멘토와 멘티를 각각 모집해 이들을 매칭하는 프로그램으로 의사회가 지원하고 있고, 나머지 지원은 멘토들이 각기 알아서 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천시의사회에서 처음 시작해서 다른 시도의사회에서도 이를 배우러 오기도 한다”며 “이 사업에 대해 전공의들이 고마워하고 있어, 규모를 좀 더 키워서 더 많은 전공의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서 각 시도의사회로 반환된 잉여 투쟁기금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의협 정기총회에서 전공의들이 투쟁기금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전체적으로 큰 금액이지만 한 사람으로 나누면 얼마 안 되는 액수”라며 “금액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도 의사회 입장에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가장 좋은 문제는 전공의들이 소송 등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긴급한 생계문제가 생겼을 때 지원하는 것”이라며 “인천시의사회는 멘토-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어서, 긴급지원이 필요할 경우에는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역의사회와 회원들의 역할은?
박철원 회장은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앞세워 의사 정당을 만들자는 의견에 고민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의사들이 가장 부족한 부분은 사회성으로, 하루에 많은 환자를 만나지만 사회적으로 만나는 일은 적고, 주말에 만나는 사람도 비슷비슷하다”며 “그래서 후배나 동료의사들에게 의사가 아닌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어야한다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정치력을 키우기 위한 ‘의사 정당’이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정당을 만들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여러 지역의사회에서 국회의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데, 형식적인 소통이 아닌 의료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떠한 조언을 할 수 있는, 그런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최근 인천에 있는 전문가단체들이 모여 ‘인천을 사랑하는 전문가단체 모임’을 만들었다”며 “비록 인천 토박이는 아니지만, 인천에 살면서 어떤 역할을 하고, 인천을 사랑하기 위한 모임으로, 이런 모임들을 통해 환자나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의료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파업하고 사직하는 단체가 아니라, ‘왜 이렇게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단체가 되어야한다는 것.
끝으로 박 회장은 회원들에게 “지금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운 상황지만 모두 힘을 내야하고, 해결된 이후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어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전공의, 의대생들이 의사회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게 된 만큼, 이런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고, 앞으로 더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며 함께하는 인천시의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