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지난달 출범한 제36대 서울시의사회 집행부에는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 어떤 서울시의사회 집행부보다 강력하게 행동하고, 몸으로 뛰면서 결과로 보여주는 집행부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황규석 회장이 직접 명명한 것.
후보 시절부터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8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서울시의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황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의 또 다른 슬로건은 ‘최고의 복지는 의료’"라며 "지금 정부를 보면 복지예산은 넘쳐나지만 보건의료 관련 예산은 줄어들고 있는데, 복지로 치중돼 있는 대한민국 예산의 방향을 바꿔보고자 대관 업무시 ‘최고 복지는 의료’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설득하고 제안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제36대 집행부는 국민들로부터 진정으로 존중받고,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회가 되는 것을 또 다른 슬로건으로 걸고 힘차게 출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서울시의사회, 새 회관 짓기에 나서다
황규석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1번 공약’으로 서울시의사회 신사옥 사업을 내세웠다. 15층 규모의 의사회관을 신축하고 이를 통해 서울시의사회의 재정자립을 꾀하겠다는 것.
황 회장은 “지난 3월 30일 회장 선거를 치른 다음날, 서울시로부터 연락을 받고 4월 2일 시청을 방문해 오세훈 시장과 40분가량 회관 신축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조 전했다.
이어 “원래 공약은 큰 도로에서 서울시의사회관으로 들어오는 쪽에 위치한 공원과 회관 건물 대지 면적이 비슷해 이 둘을 맞바꾸고, 원래 회관 자리에 지역 주민을 위한 스포츠센터나 아동시설을 짓는 것이었다"면서 "서울시는 원래 자리에 공원이 있었으니, 현재 회관 자리에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원을 만들면 된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의사회 회관 신축 공약에 대해 서울시에서 준비한 내용을 보고, 바로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한미애 의장과 상의해 회관신축위원회 구성을 위한 위원 추천을 제안했다”며 “집행부와 대의원회 동수로 회관신축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첫 회의를 열지 않았지만 회관 신축과 관련해 서울시와 논의한 내용에 대해선 전달했다"며 "실행방안에 대해선 추후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황 회장은 신축회관을 통해 서울시의사회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회관을 신축하면 약 10년 후에는 서울시의사회 전체 회비 수입 정도의 입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지금 회관의 위치가 여의도와 가깝기 때문에 입지조건이 좋고, 인근 주차장이 넓어 건물을 18층까지 지을 수 있는 등 다른 조건들도 좋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황 회장은 회원 확충과 의료기관 개설 전 의사회 경유 등을 실현하기 위해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서울시의사회원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데 회무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그 누구도 손을 먼저 내밀지 못해서 그렇지 회원들은 직접 찾아가서 손을 잡아주면 반응한다”고 자신했다.
특히 “중간 징검다리로 동창회가 있는데, 의과대학은 동창회가 매우 끈끈하다”며 “39개 의과대학 동창회 현황을 파악하고 있고, 동창회 모임 때마다 서울시의사회장으로 항상 참여, 회원들을 만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로 다 없어진 동호회 활동도 활성화해, 회원들이 의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전 의사회를 경유하는 루트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 서울시의회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런 방안들을 통해 서울시의사회원들을 획기적으로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강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최근 제36대 집행부 인선을 마쳤다.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36대 집행부는 ‘책임부회장제’롤 전면으로 내세웠다.
각 부회장들이 맡은 업무에 대해 황 회장은 “총무법제부회장으로 입명된 임현선 부회장은 동호회, 동문회 활성화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전 집행부에서 비정기적으로 교류하던 서울지검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고, 이를 통해 의료감정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무부회장인 좌훈정 부회장의 가장 큰 미션은 지역의료연구회”라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재택치료에 관련한 사업들,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등 서울시와 따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송정수 부회장이 맡은 학술부회장은 학술대회 활성화와 함께 감염병 등 시민건강지원사업 활성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대외협력부회장으로 임명한 김강현 부회장은 일본 및 대만의사회 등 주요 의사회들과의 교류에 힘쓸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36대 집행부에서는 35대 집행부부터 대응해왔던 의료인 면허취소법과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도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황 회장은 “의료인 면허박탈법은 아주 심각한 문제로 35대 집행부 때부터 관련 TF를 구성해 대응했는데, 이번 집행부에서도 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려고 한다”며 “각 구의사회 회장들을 모시려고 위원회를 구성하려 하는데, 아직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시일을 두고 구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살펴봐야겠지만, 서울시에 있는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들을 다 찾아갈 예정”이라며 “1년 전 의료인면허취소법 관련 TF 위원장으로 활약한 노하우가 있어 계속 설득해 빠른 시일 내에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지만, 의협의 대응이 우선인 만큼, 백업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비대면 진료에 대해선 의료농단 사태 이후 시범사업이 아닌, 본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역시 의협이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의협의 대응을 지켜보고, 부족하거나 대응이 늦다고 보여지면 정책 대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황 회장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를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 상황에서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는 편이 낫다”며 “현재 비대면 진료는 본인확인 절차가 어려운데, 이에 대한 행정적 절차를 국가에서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료 이후 발생하는 법적인 책임 문제도 비대면 진료를 의료계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또 다른 문제는 플랫폼 업체에 의료기관이 종속돼야하는 상황인데, 이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문제들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이 해결되면 국민 편의를 위해 함께 나설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와의 관계
황규석 회장은 이번 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집행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임현택 집행부에 바라는 점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상임이사회 시간이 화요일 저녁 시간으로 바뀌어서 당혹스러운 정도”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또 임현택 집행부에 대한 조언으로는 “집행부와 실질적으로 일을 해나갈 분들은 16개 시도의사회장단인데, 약간의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좀 더 자주 소통했으면 한다”고 했다.
현재 의료계 최대 현안인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해법으로는 “차라리 국민에게 묻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필수의료에 대해 경제적인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 국민이 인지한 상황이지만, 정부만 건강보험재정 내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며 “건보재정 내에서 해결하려고 해선 필수의료를 살려낼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역의료 문제는 의료전달체계만 손봐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며 “이번 의료 농단 사태만 봐도 국민들이 의료전달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인 보호”라며 “환자를 죽이려고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는 없기 때문에 의료라는 선한 의도를 충분히 감안하고,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면 의대 정원 증원이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아니어도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황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 사태로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시의사회에서 전공의를 도와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부분에 있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든다”며 “지금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 소속됐던 변호사마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의사회에서 직접적으로 전공의를 지원하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법의 칼날이 날카롭게 서 있는 현 상황에서 전공의를 지원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며 “의협 비대위에서 각 시도의사회로 남은 투쟁기금을 보내줬는데, 서울시의사회는 투쟁기금의 절반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위해 사용할 것이고, 나머지 금액은 투쟁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앞으로 투쟁방법이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로 나가는 것만이 투쟁은 아니라고 본다”며 “투쟁 목적을 국민들로부터 다시 존중과 신뢰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다른 형태로 다가가고 설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장을 위한 회장 아닌, 3년 후 결과로 말하겠다
황규석 회장은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앞세워 '의사 정당’을 만들자는 움직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의사들의 정치세력화에 있어서 시도의사회는 각 지역에 있는 정치인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의사들의 뜻을 알리는 역할에 집중해야한다”며 “의사들만을 위한 정당을 만드는 건 오히려 의사를 더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만을 위한 정당보다는 차라리 의사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며 “의사들은 피고용인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를 만드는 방법이 어렵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노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정치력을 가지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합헌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의사 노조설립 헌법소원을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검토하려고 한다”며 “의료기관을 건강보험으로 강제 지정을 했다는 건 국가에 의료기관이 종속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국가에 고용돼 있는 의사 노조를 만드는 헌법소원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황규석 회장은 회원들에게 “서울시의사회장의 무게를 짊어지겠다고 생각해 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회장이 됐으니 회원의 의견을 경청하며 회장을 위한 회장이 아닌 3년 후 결과로 보여주는 회장이 되겠다”면서 “크던 작던 결과물을 만들어 하나하나 쌓이면 전체 의사들의 마음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것이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존경받는 의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