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대한의사협회는 14만 회원의 것이다.
지난 2021년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취임한 박성민 의장이 어느덧 임기를 마무리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지난 3년간 수많은 의료현안으로 숨가빴던 의협 대의원회를 흔들림 없이 운영한 박 의장이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임기를 마무리하는 심경을 밝혔다.
박 의장은 "임기 첫 해에는 여전히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라 정상적인 활동에 제한이 있었다”며 “코로나19가 해제되고 난 후 바로 간호법안으로 많은 혼란이 찾아왔고, 임기 마지막에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발생하는 등 많은 혼란이 발생했다”고 소회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차기로 넘어가게 되어서 아쉽게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는 회원과 소통과 화합을 기치로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몇몇 지역은 아직도 진영 논란이 있는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제76차 정기대의원총회
오는 27일과 28일에는 제76차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가 개최된다. 전국에서 모인 대의원들이 1년 동안 의협의 활동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1년을 대비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다양한 안건들이 총회에 상정돼 있다.
박성민 의장은 “매년 비슷한 안건이 올라오는데, 이 가운데 ‘대의원회 수임사항이 유연해야 한다’는 안건이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아마 의대 정원 증원 때문에 나온 안건으로 생각되는데, 오히려 집행부에 주는 수임사항의 표현은 정확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집행부에 위임한다’ 등의 표현은 후에 감사나 총회 때 집행부 회무 보고 시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무, 홍보분과에 올라온 안건 중에 ‘의료기관의 제증명 수수료 현실화’가 있는데, 이 안 건은 새 집행부에서는 역점을 둬야할 안건으로, 실제 현장에서 회원들의 불만이 많고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면서 “수수료 인상은 물론,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서류에도 많은 문제가 있어, 올해 정부와 협상할 때 반드시 관철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보험, 학술 분야에도 수가 정상화, 처방료 부활 등 많은 안건이 올라와 있다”면서 “특히 수가 정상화는 정부에서 약속한 사항인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보려고 하며, 이를 통해 필수의료에 대해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외에 “법령 및 정관 심의분과위원회에선 임총 발의요건 및 임원에 대한 불신임 요건을 강화하는 안건을 논의하려고 한다”며 “이는 운영위원회에서도 안건을 발의했고, 정관개정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싼 논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발표된 이후 의협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필수 회장이 사퇴했고, 의협 대의원회는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저지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대응에 나섰다.
김택우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의대 정원 증원 정책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응해오고 있는데, 박성민 의장은 비대위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택우 위원장을 비롯한 각 분과위원장들, 그리고 비대위원들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여러 산하단체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도 하나로 잘 뭉쳐 나아가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또한 김택우 위원장과 박명하 전 조직분과위원장의 면허정지 처분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과 박 전 위원장의 면허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는데, 아쉬운 부분은 법원이 법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일어나지도 않을 사회적 혼란을 예상하고 내린 사회적인 판단으로 보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임현택 당선인이 후보 시절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김택우 위원장에게 급여를 지급해야한다고 했는데, 협회를 위해 일하다가 일어난 불이익이기 때문에 두 분에 대한 급여지급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급여지급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이어 “경제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 또한 무시할 수 없고, 두 분의 가족 또한 많은 피해를 받았을 것"이라며 "김택우 위원장, 박명하 전 조직강화위원장에게 감사와 위로를 보내고, 가족분들에게도 협회를 대신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비대위의 임기 연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모든 회무를 새 회장 주도 하에 집행부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현재 의협 비대위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로 정해져 있으며, 제76차 정기총회에서 비대위 해산 혹은 임기 연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 의장은 “비대위의 설치와 해산에 대한 권한은 총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이번 정기총회에서 비대위 존속 여부를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새 의협 집행부가 구성됐으니 모든 회무는 회장 주도하에 집행부가 맡아야 한다고 보고, 총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의결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우려하는 점은 현재 비대위와 잘 소통하고 있는 대전협, 전의교협과의 관계로, 이는 어떤 회무를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통한 인간관계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의원회는 의협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
의협 내에선 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전환 이후로도 대의원회의 선택이 회원들의 민의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의원회 존폐를 거론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박성민 의장은 “대의원회의 존폐에 대해서는 약 10년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의원회는 집행부와 함께 의협을 떠받치고 있는 양대 축”이라고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의협은 회무를 집행하는 집행부와 집행부가 회무 집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협조와 견제를 하는 대의원회로 구성돼 있다”며 “작은 조직의 경우 집행부가 대의원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의협과 같이 큰 조직에는 회원을 대표하는 대의원들로 구성된 대의원회의 필요성은 당연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대의원회는 집행부와 함께 협회를 떠받치고 있는 영대 축으로 하나가 없으면 당연히 협회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며 “대의원회와 집행부가 협회를 위해 서로 협력과 견제를 하면서 조화롭게 발전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회원들의 민의는 14만이라는 많은 수이기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대의원회의 결정은 다수 회원의 민의를 따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하지만, 일부 강성 회원들의 뜻이 모든 회원의 뜻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의원들을 향해 “가능하면 모든 대의원들이 본인이 속한 지역이나 직역의 회원들 목소리를 들어 대의원회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이를 통해 대다수 회원의 뜻이 대의원회 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의원회를 회원 민의를 대변하고 또 반영하는 조직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자기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경청하고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토론문화를 만들어 품위 있는 대의원회가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박성민 의장은 지난 3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의협은 14만 회원의 것으로, 모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적극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앉거나 뒤돌아서서 불만을 토로하지 말고, 당당히 일어서고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내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의협, 약하고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의협, 회원 권익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을 걱정하는 의협이 되어 주길 바란다”며 “회원들은 이런 의협의 행보에 적극 동참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번 의대 정원 증원 사태로 많이 느꼈겠지만 어떤 의료 현안이 생겼을 때 국민들이 의료계를 보는 시각은 많은 괴리가 있고 또 왜곡돼 있다고 생각된다”며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물론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