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다시 한 번 등장했다.
이에 의협은 특사경이 아니라 불법 개설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한 뒤 산하단체 의견 등을 정리해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방검찰청검사장이 지명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개설 및 운영을 근절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은 사회가 전문화ㆍ복잡화되는 경향과 각종 행정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을 반영해 등장한 사법경찰제도로, 범죄 수사의 신속성ㆍ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 의원은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실태 및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현행 단속체계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건보공단 임직원이 행정조사의 방식으로 단속을 할 경우 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아 계좌 추적 등이 불가능하며 관련자에 대한 조사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뿐만 “경찰에 의한 수사의 경우 보건의료 전문 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수사가 장기화되는 측면이 있고, 2019년 1월부터 운영 중인 보건복지부 특별사법경찰팀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적절한 수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지방검찰청검사장이 지명한 건보공단의 임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함으로써 불법개설 의료기관의 개설 및 운영을 근절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은 지난 2018년 송기헌 의원이 발의했으나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정춘숙ㆍ서영석ㆍ김종민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각각 발의,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가운데 건보공단은 지난 12일, 불법개설기관 가담자 등 현황분석 자료를 통해 현재 수사기관의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기간이 평균 11.8개월(최장 4년 5개월)로, 장기간의 수사기간 중 폐업 등으로 인해 불법개설기관이 운영과정에서 편취한 부당이득금을 징수하기가 어려워져 재정누수가 가중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재정누수를 조기에 차단해 보험재정 안정을 도모하는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으로서 특사경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특사경이 도입될 경우 수사 착수 후 3개월 만에 환수처분이 가능해져서 불법개설기관이 청구하는 진료비 지급을 차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재정 절감) 조기 압류추진으로 추가적인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사무장병원과 면허 대여 약국은 불법개설 기관으로 과잉진료를 통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단은 앞으로 특사경 제도 도입과 더불어 불법개설 기관의 예방, 적발, 수사협조, 부당이득금 환수 노력 등을 강화해 건전한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협은 건보공단에 초법적인 사법권한을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정부에서 허술하게 제도를 마련해 불법개설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두고, 오히려 의료기관을 상시 감시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불법 개설을 막지 못해 발생한 사무장병원을 단속하기 위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의료기관을 대등한 계약상대방이 아니라 권력관계에 종속된 상시 감시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오히려 “사무장병원의 만연은 정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권한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 개설 당시 불법개설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개설을 허가하고 의료생협 등 불법개설의 통로로 악용될 여지가 높은 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불법개설을 사전에 차단할 제도를 정비하고 리니언시제도 등을 통해 보다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건강보험법상 단체이자 수가계약의 당사자인 건보공단에게 사법경찰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초법적인 조사권한을 부여해 법리적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며 “건보공단의 행정편의주의적, 관료주의적 태도에 따른 강압적인 현지조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신중한 접근방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