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수은 함유 의료기기 폐기 유예기간이 종료된 가운데, 의료계가 관련 폐기비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허가해 사용했던 의료기기를 정부의 정책에 따라 폐기해야 하는 만큼, 고가의 폐기비용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발효된 ‘미나마타 협약’에 따라 수은 함유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협약은 수은화합물의 노출로부터 인간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수은화합물 사용 금지 및 자제를 권고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11월 미나마타 협약에 대한 비준 절차를 마쳤으며, 이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년 8월 ‘의료기기 허가ㆍ신고ㆍ심사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 국제수은협약 발효일인 2020년 2월 20일부터 수은 체온계와 혈압계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수은 관련 의료기기 폐제품을 안전하게 수거해 처리할 수 있는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의 혼란을 고려, 수은 함유 체온계와 혈압계 사용금지 조치를 1년 동안 유예했다.
그러나 유예기간 폐기비용을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에서는 유예기간을 둔 만큼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허가했던 정부가 폐기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의료기기의 폐기 및 수거ㆍ운반비용이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백만 원 이상 드는 탓에 의료계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자체나 보건소 등을 거점으로 수거하는 방식을 채택할 시 체온계ㆍ온도계가 6만 6000원, 혈압계가 16만 5000원이다.
만약 개별처리하게 되면 30만~70만 원의 비용이 청구된다. 운반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데 기본요금은 5개 수량에 10만 원으로 추가 수량에 따라 비용이 증가한다.
혈압계 6개와 온도계 4개를 배출할 때 추가운반비와 처리비 등 총 137만 4000원의 비용이 청구되는 식이다. 혈압계 1개, 체온계 2개만 배출해도 4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은 최근 국민신문고에 환경부가 수은 함유 의료기기를 능동적으로 수거하고 관련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임현택 회장은 “혈압계 6개와 온도계 4개를 배출할 때, 추가운반비와 처리비를 더해 총 137만 4000원의 비용이 청구된다”며 “혈압계 1개, 체온계 2개만 배출해도 비용이 40만 원이 드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일갈했다.
이어 “정부가 수은 체온계와 혈압계가 몸에 해롭다고 생각했다면 제조허가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괜찮다고 제조허가 해놓고서는 이제 와서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병의원들에게 이렇게 큰 부담을 지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수은 체온계와 수은혈압계는 전적으로 정부 책임 하에 정부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이후에도 직접 환경부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문제 해결을 요구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도 일선 의료기관들이 수은 함유 폐기물 폐기에 참여할 수 있는 재정적ㆍ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수은 함유 의료기기 폐기에 있어 처리 비용이 높게 설정돼 있는데다 업체도 사실상 하나뿐이어서 상식적인 가격이 설정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기관에서 수은 함유 의료기관을 구입한 것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으로 의도적으로 구입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행위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신체 계측을 위해 구입한 물품인데, 폐기하는 비용이 의료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비용이 아닌 고가로 책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 보조 및 업체를 통한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정부에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