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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의사들도 보호자 악성 민원에 폐과 선언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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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의사들도 보호자 악성 민원에 폐과 선언 속출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7.24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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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악성 민원에 진료 거부..."환자 권리만 극단적으로 강조한 결과"

[의약뉴스] 지난 3월 소청과의사회의 폐과 선언 이후, 실제로 소청과 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환자 보호자의 허위 악성 민원으로 20년 넘게 소청과의원을 운영해온 의사가 폐과를 선언하는가 하면, 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를 받으러 온 9세 아이를 돌려보냈다는 이유로 보건소에 진료거부라고 민원을 제기, 의사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페이스북에 소청과 폐과 사례들이 게시되고 있다.
▲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페이스북에 소청과 폐과 사례들이 게시되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 20년 넘게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해 온 A원장은 의원에 폐과를 공지한 글을 게재했다. 이 사연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글에서 A원장은 “꽃 같은 아이들과 함께 소청과 의사로 살아온 지난 20여년은 행운이자 기쁨이었다”며 “하지만 A(2019년생) 보호자의 악성 허위민원으로 8월 5일 폐과함을 알린다”고 말했다.

A원장에 따르면 4살 아이가 타 병원 진료에도 낫지 않는 피부 부음과 고름, 진물로 엄마 손에 이끌려 A원장이 운영하는 의원으로 왔다. 그러나 두 번째 방문 시 보호자가 ‘많이 좋아졌다’고 할 정도로 치료 경과는 나아졌다.

하지만 보호자는 간호 서비스와 비급여인 드레싱 재료 처방 등에 대해 불만을 갖고 허위ㆍ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것이 A원장의 설명이다.

A원장은 “환자가 아닌 보호자를 위한 의료행위는 더 이상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면서 “보호자가 아닌 아픈 환자 진료에 더욱 진심을 다하기 위해 소청과 의원은 폐과하고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더 이상 소청과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보호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회의감을 토로했다.

A원장의 폐과 공지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임현택 회장은 “우리나라 모든 소청과 의사들이 오늘도 겪고 있는 문제”라며 “A원장과 통화했는데,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심각하고 화나는 일로, 이건 전 국민이 알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A원장의 사례가 알려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23일, 임현택 회장의 페이스북에 또 다른 소청과 폐과 사례가 알려졌다. 임 회장에 따르면 이 의원은 해당 지역에서 유일한 소청과의원이다.

해당 사례의 주인공인 B원장은 “회의가 느껴진다”면서 그동안 운영해온 소청과의원을 성인 진료로 전환을 하겠다고 했다.

B원장은 ‘의원 문 닫겠습니다’라는 공지글을 통해 “환아의 안전과 정확한 진찰을 위해 14세 미만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진료는 응급사항이 아닌 이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9세 초진인 환아가 보호자 연락과 대동 없이 내원해 보호자 대동 안내를 했더니 이후 보건소에 진료거부로 민원을 넣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보호자 없는 진료에 대해 의사 책임을 물은 법원 판례가 있으며, 보호자 대동은 아픈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자 의무”라면서 “환아의 안전을 위한 운영 지침에 대해 보호자의 악의에 찬 민원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을 다해 진료한 것에 회의가 느껴져 진료를 계속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이에 “안타깝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 제한이나 소아청소년과로서의 폐업, 성인 진료로 전환을 할 예정”이라며 “일단 장기간 휴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에 대해 의료계 내에선 보호자 없이 혼자 온 9세 환아를 진료할 경우 생길 문제를 지적하면서 환자의 권리만 극단적으로 강조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능력은 행위능력이 아니라 의사능력이라고 보고 있고, 미성년자도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 의료행위에 대한 동의능력이 있다”며 “하지만 9세 아이가 혼자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보호자가 동반해 설명을 듣고 동의를 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만일 혼자 온 9세 아이에게 진료를 하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어떻게 불과 9세 아이 말만 듣고 진료를 했냐고 비난을 할 것이고, 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소아과 사례는 이상한 부모가 야기한 것이지만 거기에는 일반 환자에 대해서 진료거부죄를 적용하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법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며 “의사의 진료는 변호사의 소송대리와 마찬가지로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하고, 변호사의 상담을 할 때 통상 예약을 하듯이 원래 의사의 진료를 받을 때도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리나라가 진료 액세스가 너무 좋다보니 모든 진료를 마치 응급진료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변호사에게 강제로 내 사건을 맡아 달라고 할 수 없듯이 의사가 진료할 수 없다고 하면 진료할 수 없는 게 맞는 것”이라며 “오로지 응급환자에 대해서만 진료거부를 할 수 없게 해 놓는 것이 서구의 민주주의 사회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환자의 권리만 극단적으로 강조하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부모도 잘못했지만 잘못된 법을 개정해야 멀쩡한 소아과 선생님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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