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의정간에 힘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되던 의대정원 확대 논의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의사인력 확충 문제는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등 다각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복지부의 당당함에, 당초 의료현안협의체에서만 논의를 진행하길 원했던 의협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의대정원 논의를 확대하기 위해 의료단체는 물론 의료 수요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정심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노동자ㆍ소비자ㆍ환자단체 등이 추천하는 수요자 대표와 의료단체가 추천하는 공급자대표가 동수로 이뤄지며 보건의료 전문가, 정부 위원들도 참여하는 보건의료 정책 최고 심의기구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정부와 의대정원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는 의혹으로 불신임안까지 발의된 이필수 회장으로서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앞서 이 회장은 ‘의료현안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독단적으로 의대정원 확대에 합의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고 적절한지 여부를 따지는 정부와의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되며, 험난하고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협회는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속적로 지적해 나가면서 회원들의 민의가 정책방향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의료현안협의체에 국한되지 않고, 보정심이 추가된다면,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여론에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의협은 “조규홍 장관의 발언으로 9.4 의정합의문은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렸고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관계는 무참히 짓밟혔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의료현안협의체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의료계와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 대의원회도 9.4 의정합의 준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의원회는 “의사 수의 확대는 의사의 권익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의료 체계와 건강보험재정에 큰 파급효과가 있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의협과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의 증감과 관련한 정책은 의협에 있어 민감한 주제로, 현재 내부적으로 복지부와의 사전 확충 합의 여부로 집행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의 복잡한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의대정원 확충을 기정사실로 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에 관해 보정심 산하에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확대 논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언론에 알렸다”며 “장관은 9.4 의정합의를 무효로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며 의협과 회원을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사 인력에 관한 논의는 국가적인 대사로, 의협과 복지부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결과에 따라 증감을 결정해야 한다”며 “원칙을 벗어난 강요나 합의를 빙자한 논의는 의대정원과 관련해 어떤 성과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복지부는 명심하고 집행부도 소신을 가지고 9.4 의정합의와 ‘의료현안협의체’의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의료계와 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지만, 보정심을 통한 다각적 의견수렴도 병행하겠다는 것.
오히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의사인력을 확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7일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지역의료 필수의료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거나 상급종병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필수의료대책과 소아의료체계 대책, 응급의료대책을 발표했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사인력 등 의료자원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령화와 의료수요 증가 등 보건의료분야 정책환경의 변화와 필수의료ㆍ지역의료 위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의사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는 수급추계와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필수의료 강화에 필요한 최적의 의사인력 증원 규모를 도출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